[우유절벽 ⑤<끝>] hy, 온·오프라인 플랫폼 쥐고 유통명가 도약 박차
[우유절벽 ⑤<끝>] hy, 온·오프라인 플랫폼 쥐고 유통명가 도약 박차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08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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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역사 야쿠르트, 윌·쿠퍼스·MPRO3 기능성 삼총사로 높은 인지도
매출 정체 돌파구 찾고자 50년 넘게 쓴 간판 바꾸고 대대적 변화 예고
온라인 프레딧·냉장물류 비즈니스·프로바이오틱스 B2B 거래 신사업 육성
액상 발효유 ‘한국야쿠르트’가 생산되는 경기 평택공장 내부 모습. (제공=hy)
액상 발효유 ‘한국야쿠르트’가 생산되는 경기 평택공장 내부 모습. (제공=hy)

hy(에치와이, 대표 김병진)는 코로나19와 유제품 시장 정체에 맞서 과감한 혁신을 택하고, 발효유 전문기업에서 탈피해 종합유통기업으로의 도약을 공식 선언했다. 

유산균 기반의 건강한 이미지를 발판 삼아 건강기능식품과 가정간편식(HMR) 등 콘텐츠 확장에 이어, 온라인 플랫폼과 냉장물류 비즈니스 모델 등 신사업 육성으로 새로운 탈출구를 찾겠단 복안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y는 지난달 말 50년 넘게 유지한 한국야쿠르트 간판을 바꾸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국내 유산균 발효유 대명사인 ‘야쿠르트’라는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사업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하겠단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사명 변경은 물론 CI(기업 통합이미지)도 바꿨다. 

hy의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11월 통합 온라인몰 ‘프레딧’ 론칭을 발표하면서 감지됐다. 당시 식품 위주의 온라인 하이프레시몰을 가치소비 지향의 라이프스타일 프레딧몰로 덩치를 키우고,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김병진 대표는 올 초 “성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겠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전문유통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움직임을 예고했다.

종합유통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hy는 국내 발효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50년의 역사의 액상발효유 ‘야쿠르트’를 비롯해 위 건강 발효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간 건강 발효유 ‘쿠퍼스’, 이중제형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장케어 프로젝트 MPRO(엠프로)3’ 등이다. 야쿠르트는 1971년 첫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만 500억병이 넘는다. 국내 단일음료 중 최다 판매량이다. 윌과 쿠퍼스, MPRO3 등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삼총사의 연매출액은 5000억원 수준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이 외에 발효홍삼 ‘발휘’ 등 건강기능식품과 신선간편식 ‘잇츠온(EATS ON)’, 냉장커피 ‘Hy 콜드브루&핫브루’ 등 상품군을 다양화하면서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을 확장했다. 

발휘는 코로나19에 따른 건강 이슈로 지난해에 400억원 상당의 매출을 거뒀다. 잇츠온은 주력인 밀키트(Meal-kit, 식사키트)뿐만 아니라 케어푸드(환자식)와 펫푸드(반려동물식품)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03% 신장했다. ‘신선함’을 강조한 냉장커피 역시 방탄소년단(BTS)·워너원 등 한류 아이콘을 모델로 기용하며 치열한 RTD(Ready to Drink) 커피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다만, 유제품 전반적으로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발효유 중심의 매출 구조는 hy의 가장 큰 고민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1조314억원(개별기준), 2018년 1조357억원, 2019년 1조690억원으로 매출 정체가 지속됐다. 지난해도 전년과 비슷한 1조700억원(잠정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는 오랜 기간 매출이 답보인 지금의 상황을 돌파하고자 유통 플랫폼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냉장물류 비즈니스와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프로바이오틱스 소재사업에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hy의 액상 프로바이오틱스 3종. (제공=hy)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hy의 액상 프로바이오틱스 3종. (제공=hy)

우선 지난해 말 첫 선을 보인 온라인몰 프레딧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주력한다. 프레딧은 기존에 취급했던 유제품과 간편식, 건강기능식품에서 유기농·친환경·비건(Vegan, 채식주의)·뷰티·영유아 등으로 대폭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가 주 타깃이다. 

반응은 좋다. 회원 수는 기존 하이프레시를 포함해 지난달 초 100만명을 넘어섰다. 매출은 하이프레시가 론칭한 2017년 70억원에서 지난해 520억원으로 4년 새 6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목표치는 1000억원이다. 

hy는 식품업계에선 드물게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프레시 매니저 시스템을 오랜 기간 운영 중이다. 전국에 1만1000여명의 프레시 매니저는 냉장배송카트 ‘코코’를 앞세워 전국의 오프라인 배송망을 책임지고 있다. 차근차근 쌓아온 오프라인 냉장배송 노하우와 프레딧이라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시너지는 hy의 최대 강점이다.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여기서 나오는 이유다. 

hy 관계자는 “핵심 역량인 냉장배송 네트워크에 물류 기능을 더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타사와의 전략적 제휴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유통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hy의 통합 온라인몰 ‘프레딧’ 모바일 웹 화면. (해당 화면 캡쳐)
hy의 통합 온라인몰 ‘프레딧’ 모바일 웹 화면. (해당 화면 캡쳐)

가정용 시장 위주의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B2B로 확장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hy는 업계에선 드물게 ‘프로바이오틱스 통합 공정체제’를 갖췄다. 소재 연구·개발부터 배양과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의 통합 처리가 가능하다.  

지난해 피부 건강 유산균 ‘HY7714’와 체지방 감소 ‘킬팻 유산균’ 등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거래로 3톤(t) 가량을 판매했다. 4억9000만개 상당의 ‘야쿠르트 라이트’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이들 유산균은 자체 개발한 특허 유산균이다. 올 1월에는 건강식품업체 ‘장수농가’와 연간 계약을 맺고, 킬팻 유산균 1.2t을 공급하기로 했다. hy는 현재 장수농가를 비롯해 휴럼과 종근당건강, 뉴트리와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를 거래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현재 B2B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수요가 지속 늘면서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라며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프로바이오틱스 소재사업을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