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한국 철수설' 소문만 무성…현실적 가능성은 '아직'
씨티은행 '한국 철수설' 소문만 무성…현실적 가능성은 '아직'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4.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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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추측보도에 국내도 시끌…계속된 실적 부진에 심상찮은 분위기
점포 축소에 '소매금융 분리 매각설' 제기되지만 마땅한 인수자 없어
일각서 인수 후보로 거론된 OK금융·DGB금융 "검토한 바 없어" 난색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사진=씨티그룹)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사진=씨티그룹)

한국씨티은행이 다시 철수설에 휘말렸다. 2017년 이후 계속된 실적 부진 속에 세 번째 철수설을 겪고 있다. 최근 몇 년 급속히 줄어든 점포 수를 근거로 소매금융 분리 매각 가능성이 가장 크게 점쳐지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는 모습이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 OK금융과 DGB금융은 검토한 바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과 달리 현실성 있는 가능성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 "또 철수설?"…3년 단위 행사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지난 2월 한국씨티은행의 한국 철수 가능성을 보도했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한국과 태국, 필리핀과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소매금융 사업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상업은행(소매 금융)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계열사인 씨티캐피탈을 매각하면서 첫 번째 철수설이 제기된 바 있다. 3년이 지난 2017년에는 전체 점포 133개를 44개로 줄이면서 두 번째 철수설이 등장했다. 당시 씨티은행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등에 집중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씨티은행 점포 수는 38개로 이전보다 더 축소됐다.

이번에 떠 오른 철수설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는 건 최근 씨티은행 실적 때문이다. 두 번째 철수설이 지나간 후 한국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3074억원에서 2019년 2794억원으로 떨어졌고, 코로나19가 몰아친 작년에는 1878억원까지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 분리 매각설, 법적으론 가능…현실적으론 어려워

이런 상황에서 외신이 밝힌 대로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사업을 처분하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국내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됐다. 씨티은행이 두 차례나 큰 폭으로 점포 수를 줄이면서 소매금융 사업 규모가 줄어든 만큼, 이를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아직 국내 시중은행 중 기업금융만 영위하고 있는 은행이 존재하지 않지만, 사업을 분리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도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은행법상에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을 같이 영위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외국은행 지점 중 HSBC도 실제 기업금융만 영위한 바 있다"고 말했다.

소매금융 사업만 분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사 중 인수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큰 회사로 OK금융과 DGB금융지주를 거론했다. OK금융은 지난 2014년 씨티캐피탈 매각 당시 이를 인수해 OK캐피탈로 사명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 씨티계열사를 인수한 적 있어 이번 사업 매각 시 주요 인수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하지만, OK금융은 인수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도 않았다.

OK금융 관계자는 "아직 씨티은행 매각이 공식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력 인수 후보로 이름이 올라 부담스럽다"며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DGB금융지주도 씨티은행 소매금융 사업 인수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소매금융 사업보다는 지방은행 본연의 목적에 좀 더 중심을 둔다는 입장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은행 특성상 중소기업대출 비율을 60% 이상 유지해야 한다"며 "소매금융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지방은행 본연 목적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들 회사 외 다른 은행 관계자들도 기존 시중은행이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만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업계 분위기는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적인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씨티은행 인수를 통해 소매금융을 더 확대하기에는 최근 은행권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한국씨티은행)
서울시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한국씨티은행)

일각에서는 씨티그룹이 직접적으로 한국은행 철수에 대해 언급한 바 없기 때문에 이번 철수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씨티은행 철수설은 씨티그룹에서 공식적으로 철수 내용을 발표한 게 아니라 미국 외신 소식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철수 확률은 반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 외신에서 소식통을 통해 철수설에 대한 보도가 나온 후 씨티그룹은 각 사업 조항과 상호 적합성을 포함해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며 많은 대안을 고려하고 장기간 충분히 심사숙고해 결정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매각 당사자인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의 공식 입장에서 더 나아간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최근 도는 매각설과 관련해 씨티그룹에 낸 공식 입장 이외에는 별도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