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뺏긴 민명기, 롯데제과 신사업에 운명 걸었다
1위 뺏긴 민명기, 롯데제과 신사업에 운명 걸었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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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속 지난해 매출 오리온 역전당해 자존심 구겨
그룹 인사 살아남았지만 입지 불안…매출·수익성 회복에 총력
글로벌 메가브랜드 다변화, 이커머스·건기식 미래먹거리 육성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 (제공=롯데제과)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 (제공=롯데제과)

민명기(60·사진) 롯데제과 대표가 체면을 구겼다. 제과업계 톱(Top)을 다투는 경쟁사 오리온은 코로나19 악재에도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롯데제과는 실적 하락의 쓴 맛을 봤기 때문이다. 

민명기 대표는 최근 그룹 인사에서 주력 식품·외식 계열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 반등에 대한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풀이된다.

민 대표는 메가 브랜드 육성과 함께 온라인·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을 적극 키워 다시 입지를 회복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해 경쟁사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실적 선방을 한 것과 달리 매출에서 주춤했다. 롯데제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170억원 줄어든 2조760억원에 그쳤다. 경쟁사인 오리온은 전년보다 10%가량 성장한 2조2298억원을 기록했다. 농심과 해태제과 등 다른 경쟁사도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국내 제과업계 톱을 다투고 있다. 양사 모두 국내는 물론 해외에 다수 법인과 공장을 운영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9년엔 롯데제과가 2조93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오리온(2조233억원)을 근소하게 앞섰다. 롯데제과는 대외적으로 늘 제과업계 1위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엔 오리온에 자리를 뺏기면서 수장인 민명기 대표 자존심에도 상처가 난 상황이다. 

롯데제과는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학교 휴무가 장기화되고, 주요 품목인 껌과 캔디, 비스킷 등 제과시장 전반적으로 침체된 영향이 컸다는 주장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과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8억원 가량 줄어든 4조4679억원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지난해 제과시장에선 스낵 부문이 유일하게 성장했는데, 롯데제과는 해당시장 점유율이 11% 수준으로 낮아 수혜를 보지 못했다”며 “해외사업은 진출국인 카자흐스탄과 인도, 러시아, 파키스탄, 벨기에 등이 코로나19 타격이 큰 지역이라 부진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지난 2018년 1월 롯데제과 대표로 취임한 이후 올해로 4년째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기에 취임했던 남익우 전(前) 롯데지알에스 대표, 민 대표보다 1년여 가량 늦게 자리에 오른 조경수 전 롯데푸드 대표도 그룹 인사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룹의 식품·외식 주력 계열사 대표들 중 나홀로 생존한 셈이다. 

신동빈 회장으로부터의 신임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올해 어떻게 경영능력을 입증하느냐에 따라 민 대표의 운명이 판가름 날 수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신 회장은 올 초 VCM(사장단회의)을 통해 각 사업에서 1위가 되기 위해선 차별적인 기업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CEO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실적에서 아쉬움을 남긴 민 대표에겐 신 회장의 질책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며 “업계 1위를 뺏긴 상황에서 올해 경영성과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올해 수익성 개선과 해외사업 회복에 초점을 맞춰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메가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이(e)커머스와 건강기능식품 등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 키우는 한편, 비용절감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롯데제과의 주요 제품들이 진열된 매대. (사진=박성은 기자)
롯데제과의 주요 제품들이 진열된 매대. (사진=박성은 기자)
롯데제과의 공식 온라인몰 ‘롯데스위트몰’ (해당 홈페이지 캡쳐)
롯데제과의 공식 온라인몰 ‘롯데스위트몰’ (해당 홈페이지 캡쳐)

롯데제과는 자일리톨껌·빼빼로·꼬깔콘·마가렛트 등 빅브랜드들이 많은 건 강점이다. 자일리톨껌은 2000년 첫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20년간 2조2000억원어치(잠정치)가 판매됐다. 빼빼로와 꼬깔콘 역시 37년간 각각 1조7000억원, 1조3700억원어치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제품 중 빅브랜드 가능성이 큰 상품으로는 일명 ‘제니과자’로 불리는 ‘에어베이크드’와 ‘크런키빼빼로’가 있다. 에어베이크드는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올 2월까지 110억원어치, 크런키빼빼로는 같은 해 4월 첫 선을 보인 후 25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제과는 이커머스와 건강기능식품 부문에 많은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지난해 이커머스팀을 부문으로 승격하고 영업·마케팅 파트로 세분화하며 조직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공식 네이버스토어 오픈에 이어 업계 첫 구독 서비스 ‘월간과자’를 론칭했다. 쿠팡·G마켓·옥션·마켓컬리 등 온라인 채널도 다변화했다. 지난해 온라인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90% 늘었다. 

올해는 1월에 선보인 ‘롯데스위트몰’ 온라인몰과 애플리케이션(앱)을 중심으로 이커머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자사몰에서만 구입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거나, 신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하는 등 다른 온라인 채널과 차별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지난해 ‘헬스원’ 브랜드를 앞세워 전년 대비 80%가량 매출이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초 출시한 성인용단백질 ‘초유프로틴365’는 선보인지 13개월 만에 매출 200억을 돌파했다. 롯데제과는 기존의 홍삼과 함께 성인용단백질, 혈압·혈행 개선 등 상품군을 꾸준히 확장하며 새로운 핵심 수익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8년부터 진행 중인 비용구조 개선을 위한 ZBB(Zero Based Project)를 통해 올해에도 320억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절감된 비용은 900억원이다. 

민 대표는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겠고 밝혔다. 그는 “수익성 강화와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 해외법인 경영회복에 집중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