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해진 정세균 '사퇴설'… '역동' vs '안정' 차기 총리 관심
유력해진 정세균 '사퇴설'… '역동' vs '안정' 차기 총리 관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01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세균 "때가 되면 말씀드릴 기회"… '사퇴설' 부인은 안 해
민주당, 재보선 '수세' 몰리자 문 대통령과 점점 '다른 목소리'
차기 총리에 조정식·김진표 등 물망… 與 관리할 '2인자'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4월 중 사퇴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차기 총리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권 말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진 가운데,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는 여당과 공분이 극에 달한 여론을 잠재울 파격 인사를 내놓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정 총리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시한 정례회견에서 '차기 대선을 위해 4·7 재·보궐 선거 이후 사의를 표명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자 "이 자리가 관련 답변을 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도 "거취 문제는 대통령께 먼저 말씀을 드리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순리"라며 "때가 되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직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후임 총리 및 개각과 관련한 후속 질문에 대해서도 "지금은 말하기에 적절한 타이밍(때)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사퇴 관련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사실상 부인하진 않은 셈이다.

정치권 의견을 종합하면 정 총리는 오는 7일 재보선 후, 늦어도 4월 말에는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를 열고, 6월 말부터 차기 대통령 선거 경선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정 총리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이번 달 안에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가 약 20일 걸리는 만큼 문 대통령도 막바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새 총리 내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차기 총리를 물색하고 있고, 여권 안에선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에 인선이 이뤄지면 새 총리는 문재인 정부 세 번째이자, 사실상 순장조를 책임질 마지막 행정부 2인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 대통령 앞에 떨어진 대과제가 '경제' 회복과 '한국판 뉴딜(대공황 극복 정책)' 추진,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고 요약할 수 있는 점에서 이에 맞는 인사를 앉힐 공산이 크다.

현재 물망으로는 민주당 5선 조정식 의원, 김진표 의원, 변재일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조 의원은 20대 국회 후반기 민주당에서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아 청와대·정부와 호흡을 맞췄다. 의정활동 동안 산업자원위원회·지식경제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등 경제 관련 상임위원회를 대부분 다 거쳤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고, 당에선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까지 맡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이해도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사회·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조 의원은, 공직자 부동산 투기 문제 확산 후 여당이 조금씩 문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적임자다.

같은 날 오후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회견에서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실상 자인하며 규제를 풀겠다고 하는데, 실패를 인정하느냐' 묻자 "다양한 제안이 있는데, 그와 무관하게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간 마음을 모아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같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재보선 열세에 몰린 여당이 점점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실장이 문 대통령을 도와 정책을 설계하려면, 여당을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연륜을 가진 조 의원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조 의원은 이 실장과 과거부터 국정 과제를 함께 수행하기도 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는 물론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강화 여부 등 부동산 대책 마련에도 머리를 맞댄 바 있다.

김진표 의원의 경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국방위원회와 당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도 활동 중이다. 대내외 정세에 해박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현 기획재정부 장관인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이양할 때 '김진표를 반드시 중용하라'고 조언했다는 후문도 있을 정도다.

충청권 출신의 변재일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19대 국회 민주통합당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전반기에 정책위 의장을 맡은 바 있고, 과방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뉴딜 추진 등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민통합을 위해 대구 출신 김부겸 전 의원을 낙점할 가능성도 나온다. 민주당 안팎에서도 김 전 의원을 추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 총리에도 무게가 가중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영란 전 대법관 등의 이름도 나온다.

교수 출신이나 경제 분야 전문가를 내세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으로 트라우마(충격)를 겪었다는 점에서 '교수 출신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인지 최근 문 대통령의 장관 인사를 보면 이인영·한정애 의원 등 당에서 발탁한 인사가 많다.

또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이 사실상 '회복 불능' 상황이란 점에서 청와대는 안정적 인사보단 행동대장 역할을 할 역동적 인사를 택할 것이란 게 정치권 중론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총리를 교체하면서 일부 국무위원도 바꿀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는 사실화한 상태이고, 그동안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물러날 가능성도 나온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