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조현범 형제 경영권 분쟁 첫 대결 '무승부'
조현식-조현범 형제 경영권 분쟁 첫 대결 '무승부'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3.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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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서 각자 추천 사외이사 선임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사진=한국타이어)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가(家)의 첫 번째 경영권 분쟁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차남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하지만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선 장남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한국앤컴퍼니는 30일 오후 경기 판교 사옥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주총을 열었다. 이날 주총에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 선임의 건이 가결됐다. 이 교수는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인물이다.

반면 한국앤컴퍼니 이사회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 김혜경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추천했지만 선임에 실패했다.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소액주주들이 조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조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의 의결권은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에 따라 3%로 제한됐다.

한국앤컴퍼니의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조현범 사장이 42.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19.32%를 보유 중이다. 이외 차녀 조희원씨 10.82%,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0.83% 등을 보유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교수가 선임되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반면 한국앤컴퍼니 주총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주요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박 사장이 압승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조 사장 측 감사위원 후보인 이미라 제너럴일렉트릭(GE) 한국 인사 총괄이 득표율 84%로 선임됐다.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내이사 연임에도 성공했다.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혜웅 비알비 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했지만 득표율이 16%에 그치며 선임되지 않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한국앤컴퍼니 30.67%, 조양래 회장 5.67%, 조희경 이사장 2.72%, 조현범 사장 2.07%, 조희원씨 0.71%, 조현식 부회장 0.65% 등이다.

한국앤컴퍼니는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해 회사의 주주가치 극대화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표 대결이 벌어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외 다른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모두 이사회 원안대로 가결됐다.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는 원종필 한국앤컴퍼니 전략기획실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전병준 SK이노베이션 상근 고문 등 2명은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이수일 대표, 박종호 사장 등의 사내이사 선임과 표현명 케이티 사외이사 등 3명의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 통과됐다.

일각에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첫 대결 결과가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이 성공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불씨는 꺼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조 이사장은 그동안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주총에서 조 부회장과 힘을 합쳐 주주제안을 한 만큼 앞으로 형제간 분쟁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