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D-8] 與 '네거티브·규제완화·눈물호소'… 각종 작전 안 먹혀
[재보선 D-8] 與 '네거티브·규제완화·눈물호소'… 각종 작전 안 먹혀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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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내곡동 오세훈 사퇴해야"… 조수진 "대응할 가치 없어"
이낙연 "TV토론, 박영선이 나았다"… 배현진 "울까봐 조마조마"
홍익표 "부동산 대출완화 검토한다"… 주호영 "김상조는 아랫물"
고민정 "서울시민 지켜야겠단 의지"… 김예령 "최악의 감성팔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 수세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네거티브(음해성)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유효타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 시작부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측량 입회 의혹을 거론하면서 "오 후보는 자신이 측량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그게 본질"이라고 몰아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항간에선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오 후보가 토지 측량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책임지고 약속대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민주당의 선거 태세를 보면 △오 후보 공세와 박영선 후보 추켜세우기 △부동산 실책 대안 마련 △민심 읍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같은 날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전날 밤 박 후보와 오 후보의 방송 토론을 언급하면서 "내용에서도, 태도에서도 박 후보가 더 나았다"며 "(오 후보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보는 게 겸손해 보이진 않았다"고 저평가했다.

박영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후보 토론 점수는) 100점 만점에 90점"이라며 "후보의 진면목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느낌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차 토론 전쟁은 시청자도 느꼈다시피 박 후보의 압승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박 후보의 예리한 허점 찌르기 신공에 오 후보는 커버링(방어선)을 올리고 뒷걸음치기에 바빴다"고 내세웠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오 후보 측은 내곡동 처가 땅 측량에 참석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당시 서류상 입회인에 서명이 없다는 입장을 알리면서도 적극 반박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공세를 받아줄수록 여당의 꼬리 물기가 이어질 것을 예측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오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조수진 의원은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에 대해 "논평이나 대응 자체를 생각지 않는다"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나아가 전날 방송 토론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기대하고 봤는데, 박 후보 캠프는 반성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상대 후보 네거티브에 치중하느라 박 후보에게 공약 공부할 시간도 안 준 것 같다"고 비꼬았다. 덧붙여 "박 후보가 울음이라도 터트릴까 조마조마했다"고 비아냥했다.

민주당은 현재 당 차원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대책까지 꺼내들고 나섰다. 지난해 집값 급등으로 대폭 늘어난 대출을 조이려는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무주택자나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의 경우 대출을 약 10%포인트 더 받는데, 거기서 조금 더 상향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상황을 피력했다. 나아가 박 후보가 요청한 아파트 공시지가 인상률 10% 미만 조정 건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민심 달래기에도 여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되려 현 정부 고위공직자 비위 의혹에 격분하는 분위기다.

같은 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위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는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한 것을 비꼬면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랫물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전셋값 인상으로 비판에 직면한 김 전 실장을 경질한 바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읍소와 눈물의 호소도 여론의 감성을 흔들지 못하고 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렀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SNS에 우는 사진을 올리는 것을 두고 "감성팔이 그만하고 '낙선호소인' 준비나 하라"며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고 하는데, 그녀의 눈물은 '흉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요나라 나미다(안녕, 눈물)'가 무슨 뜻인지는 도쿄 댁에게 물어보라"고 박 후보까지 풍자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고 의원과 남인순·진선미 의원에 대해 "박 후보 캠프 대변인직과 공동선대본부장직을 내려놓으며 '피해자에게 사과한다'던 피해호소인 3인방에게선 여전히 반성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며 "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시민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게시하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서울 시민을 지켜야겠다는 강한 의지만 남았다'며 최악의 감성팔이를 시전했다"고 질책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도 해당 사진에 대해 "눈물, 권력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흘리시라"며 "피해자에게 던진 흉언은 그 눈물 쇼로 못 지운다.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샤도 통곡했지만, 전제정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현재 정치평론가 사이에선 민주당의 전국단위선거 4연승 기록이 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전국단위선거에서 4연승한 기록은 사상 초유지만, 여당의 각종 작전은 먹혀들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