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풍향③] 동대문·중랑, 맹신에서 불신으로
[재보선 풍향③] 동대문·중랑, 맹신에서 불신으로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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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이명박·오세훈 혜택 누렸지만… 진보권 후보 지지율 평균치 이상
중랑구, 친문·박원순 인사 포진… 망우로 기점 남북 빈부격차 여전해 불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주말인 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앞에서 열린 중랑구 집중유세에서 박홍근 의원 등 지지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주말인 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앞에서 열린 중랑구 집중유세에서 박홍근 의원 등 지지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동북권에 위치한 동대문구와 중랑구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계파가 장악한 지역이다. 이전부터 호남 출신이 많아 진보세가 강하고, 서북권에 위치한 서대문구·은평구·마포구와 함께 친문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진보 진영의 장기간 집권에 지역구 안에선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고, 행정구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해 4·7 재·보궐 선거에서의 판세가 여당에 유리할진 미지수로 남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신아일보>는 29일 지역 특성과 과거 전국단위선거를 일련해 동대문구와 중랑구 판세를 분석했다.

◇동대문구, 보수에 야박한데 혜택은 가장 많이

동대문구 갑·을 지역은 진보권 당료 출신의 안규백 의원과 장경태 의원이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4선 안 의원은 평화민주당 공채로 시작해 신민주연합당·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 등에서도 당료로 근무했다. 장 의원은 초선이지만, 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약 15년 동안 당직을 맡은 진보 진영 터줏대감이다.

이전까지 있었던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보수권 후보는 동대문구에서 전 지역 평균 득표율보다 낮은 표를 얻었고, 진보권 후보는 평균치보다 높은 표를 받았다.

1·2회 지선 때는 보수권 후보가 평균치 이상을 얻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서울시장 출마 때인 3회 지선 결과를 보면 그의 지지율은 51.97%로, 평균 52.28%보다 낮은 기록이다.

이 전 대통령에 이어 4회 지선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했던 오세훈 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당시 평균 득표율 61.05%를 기록했지만, 동대문구에선 60.87%를 나타냈다. 오 후보는 이어 5회 지선 때 47.43%의 평균 득표율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는데, 동대문구에서 만큼은 46.77%로 평균 득표치를 미치지 못했다.

6회 지선에 출마했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도 평균 43.02%를 얻었지만, 동대문구에선 43.00%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했던 고 박 전 시장의 평균치는 56.12%였다. 동대문구에선 56.09%를 얻어 평균치를 살짝 미치지 못했는데, 통합진보당으로 출마한 정태흥 후보가 없었다면 그가 득표한 0.51%를 가져갔을 공산이 크다.

박 전 시장은 7회 지선에서 52.79%를 득표했고, 동대문구에선 53.44%를 기록했다. 당시 박 전 시장과 붙었던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평균 23.34%, 동대문구에선 23.32%를 기록했다.

보수권 후보에게 야박하지만, 동대문구는 보수 진영 소속 시장이 재임했을 때 득을 많이 본 지역이다. 특히 동대문구 갑 지역은 이 전 대통령 때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와 청계천 복원으로 정릉천과 청계천 중랑천의 중심에 섰고, 버스 환승 제도 도입과 노선 확대, 교통망 개발로 서울 시내 대부분 지역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또 제기동역과 용두역과 신설동역이 자리하고 있는 사실상의 '트리플 역세권'이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활동할 땐 '디자인 서울' 정책으로 동대문 DDP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을 세웠는데, 이때 긍정적 효과를 봤단 평가를 받는다. 또 용두동과 전농동 등지 재건축 사업으로 전세대란이 불거지긴 했지만, 현재는 서울 안에서 손 꼽히는 생활 인프라(시설)를 갖추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5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아 유세한 뒤 상인회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5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아 유세한 뒤 상인회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빈부격차 큰 중랑구, '민주당' 맹신 깨질까

중랑구는 민주당을 맹신하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호남 출신 주민이 많아 향우회도 호남향우회가 동네 주축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거쳐야 당선도 가능하다는 통설이 있을 정도다.

중랑구는 동대문구보다 진보 지지 성향이 강하기도 하다. 지난 지선 평균치를 보면 진보권 후보의 중랑구 득표율은 대부분 전 지역 평균치보다 높다.

현재 중랑구 갑·을 지역은 서영교 의원과 박홍근 의원이 각 선거구에서 3선을 역임하고 있다. 서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때는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유세단장으로 앞장 섰고, 그 전인 2011년 10월 재·보궐 선거 당시엔 정계에 처음 진출했던 고 박 전 시장 선거사무실 유세본부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박 의원의 경우 지난해 7월 진행한 박 전 시장 장례 때 공동집행위원장까지 맡을 만큼 박 전 시장과 깊은 관계에 있었다. 민주당 의원으로는 유리하게 장례위원회에 있을 정도다. 또 현역으로 활동 중인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박 전 시장 체제에서 행정1부시장을 지낸 인사다. 박 전 시장은 지난 7대 지선 때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되자 가장 먼저 중랑구를 찾았고, 이곳에서부터 유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민주당도 중랑이 자신들의 지역이라는 걸 아는지 계속되는 논란에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옆 동네인 경기도 구리시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윤호중 의원은 지난 27일 중랑에서 국민의힘 오 후보를 거론하며 "4월 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자"고 말하기까지 했다.

박홍근 의원의 경우 "오 후보가 내건 구별 공약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기초도, 근본도 없어서 끝나도 어리숙하게"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세도 지금은 흔들리는 양상이다. 특히 면목동과 상봉동 일대는 여전히 인프라와 교통 수단이 노후해 정체가 이어지고 있고, 2015년 통계청 등에 따르면 서울 지역 25개 행정구 중 중랑구 아파트 값 순위는 24위를 기록할 만큼 저평가 받고 있는 지역이다.

좌파 정권에 지방자치까지 맡기고 있지만, 여전히 수준이 하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맹신'은 '의심'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 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서북권에 이어 중랑구를 방문해 흔들기에 나섰다.

(왼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주말인 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른쪽은 지난 25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윤상일 중랑을지역위원장이 유세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오세훈 캠프)
(왼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주말인 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른쪽은 지난 25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윤상일 중랑을지역위원장이 유세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오세훈 캠프)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