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기 국토부 장관의 조건
[기자수첩] 차기 국토부 장관의 조건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3.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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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3주가 지났다. 청와대가 현장감 있는 주거 정책을 만들어 서민 주거 안정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3개월을 넘긴 시점에서 시한부 장관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LH 사태와 관련해 사의를 밝힌 변 장관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공급대책 관련 입법 기초작업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계에서는 3월 임시국회에서 2·4 부동산 대책에 대한 후속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입법이 마무리된 다음, 4·7 재보선을 전후로 후임 인선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 장관의 뒤를 이을 차기 국토부 장관 후보군으로 정치권과 관료, 전문가 등에서 여러 이름이 나온다. 정치인은 LH 사태 수습 과정에서 필요한 정무감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할 우려가 적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학계 등 전문가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이, 관료는 조직 장악력과 현재 진행 중인 정책을 무난히 이어갈 수 있는 안정성이 장점이다.

다만, 차기 국토부 장관에게 큰 부담이 따른다는 점은 인선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다. 대통령 임기가 1년여 남은 정권 말 취임해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레임덕을 버티며 LH 사태 수습과 3기 신도시, 2·4 대책 등 정부의 공급정책을 이끌어야 한다. 변 장관이 취임한 작년 12월보다 난이도가 더 오른 셈이다. 게다가 정권 말 짧은 임기에, 이미 앞서 벌여놓은 일이 많은 상황에서 장관으로서의 '업적'을 남기기도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차기 국토부 장관은 4·7 재보선 이후 차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찾아올 레임덕과 싸우면서 조직을 통솔해 LH 사태 수습과 흔들림 없는 공급대책을 추진할 정무감각과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취재 중 만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차기 국토부 장관 인선과 관련해 "남은 1년 동안 그동안 벌여놓은 일들을 마무리하기도 급한 상황이라 누가 장관이 돼도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현 상황이 어렵고, 남은 시간도 얼마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차기 국토부 장관 인선은 정부가 현 상황을 돌파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일이다. 제대로 된 인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4 대책 발표 후 관망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은 언제든 출렁일 수 있다. 때문에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