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서 공급' 야심찬 대전환 부동산 정책 '앞길 막막'
'규제서 공급' 야심찬 대전환 부동산 정책 '앞길 막막'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03.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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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정책 신뢰 균열
전문가 "공급 연기·물량 축소 불안감 등 부정적 영향 커"
경기도 시흥시 한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경기도 시흥시 한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일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서 촉발된 3기 신도시 투기 문제가 주택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규제 중심 부동산 대책을 공급 중심으로 대전환했지만, 국민적 신뢰를 잃으면서 정책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에 대한 반감 여론과 함께 커지고 있는 공급 연기 가능성과 물량 축소 불안감이 주택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불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공공기관 직원들의 신도시 부지 사전 매입 여부를 전수 조사 중이다.

이번 사태가 '주거 안정'이라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정체성을 흔들자 2·4 공급 대책과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주도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도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

공급 대책을 주도한 변 장관이 대책만 내놓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하차할 날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면서 정부 부동산 정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국민 여론도 싸늘한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일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에게 물은 결과,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지정 철회에 대해 '적절하다'는 응답이 57.9%를 차지했다.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는 국민청원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번 사태 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공급 대책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주택 시장 혼란을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런 혼란이 현 정부 최대 과제인 집값 안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시기가 늦춰지거나, 물량이 줄어드는 등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시장 내 공급 감소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작용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압박감으로 기존 주택의 가격이 오를 수 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도 "공급 대책의 정상적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 시장에 공급 불안 신호를 줘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공급 시그널이 이어지는 것이지만, 미뤄질 경우는 불안감이 조성될 수 있으며 공급 부족 압박감으로 인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정부 부동산 정책이 규제 중심에서 공급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시기에 터졌다. 규제의 한계에 직면한 정부가 대규모 공급을 활용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려 했지만, 국민적 신뢰를 잃는 상황에 놓이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현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부동산 정책의 기반을 다진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6월 장관 취임식에서 주택 시장 과열 양상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적 수요에 있다며,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적 기조가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현 정부 두 번째 국토부 장관인 변 장관은 대규모 공급을 전면에 내세웠다.

변 장관은 작년 12월 취임사를 통해 국토교통 정책 방향을 얘기하면서 '주택시장 불안 조기 해소'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리고 최우선 순위 방안으로 '공급'을 제시했다.

그는 "3기 신도시와 서울권 주택 공급 등 기존 주택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도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의 질 향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