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 시대 '금융 소외계층'
[기자수첩] 코로나 시대 '금융 소외계층'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1.03.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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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카드 소비 행태가 온라인과 비대면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카드 업계 마케팅 전략도 함께 바뀌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작년 하루 평균 비대면 결제 규모는 84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9% 증가했다. 

대면 결제는 하루 평균 1조3980억원으로 같은 기간 5.6% 감소했다. 대면 결제 중에서도 플라스틱 실물 카드를 이용한 결제는 7.4% 줄어든 반면,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통한 결제는 13.3% 늘었다.

이같은 소비 행태를 반영해 카드사들은 구독·배달 앱 등 이용 혜택을 담은 비대면 특화 상품을 출시하거나 핀테크 업체와 협력해 모바일 종합 금융 플랫폼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 세대 고객층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카드사들은 비대면 서비스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활발히 펼친다.

문제는 카드를 이용하는 고령층이나 농·어업인 등과 같은 금융 소외계층에는 비대면 특화 상품이나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가 익숙지 않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일반 국민 대비 장애인·농어민·고령층·저소득층 등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전년 보다 2.8%p오른 72.7%로, 70%대를 간신히 넘긴 상태다.

일부 카드사는 고객의 취향에 따라 주기적으로 카드 혜택을 변경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모바일 플랫폼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또, 모바일 전용 카드 상품의 경우, 신청부터 발급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취급해 상품 가입을 위해선 모바일이나 온라인 수단을 이용해야만 한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해결책이 ATM(현금자동입출금기) 또는 은행 점포 유지·확대 등 일차원적인 방법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용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금융 교육 등을 활발히 하는 것에 비중을 둬야 한다.

올해 신년사에서 카드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입을 모아 '디지털 전환'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코로나19가 부른 금융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카드사들은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이종 산업 간 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 소외계층의 불편함과 혼돈을 최소화한다는 방향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choi1339@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