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법 자금세탁’주민 美송환 반발…“특대형 적대행위 말레이와 외교단절”
北, ‘불법 자금세탁’주민 美송환 반발…“특대형 적대행위 말레이와 외교단절”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03.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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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을 고립 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
대북제재 위반으로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된 문철명씨의 부인 강선비(왼쪽)씨가 지난 2019년 12월 6일 재판 방청을 위해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주민을 대북제재 위반(불법 자금세탁) 혐의를 적용해 미국으로 송환했다며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조선중앙통신 성명을 통해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잘못 없는 해외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했다. 이는 용납 못 할 범죄행위”라며 “특대형 적대행위를 감행한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를 끊어버리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미국에 송환한 북 주민은 문철명(56)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 씨가 불법 자금세탁(유령회사를 통한 돈세탁)을 통해 북에 술, 시계 등 사치품(대북제재 위반)을 보냈다며 지난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북한은 강력히 반발했으나 말레이시아 법원은 그 해 12월 문 씨 인도를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올해 3월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북 외무성은 “문철명은 수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 활동을 이어 온 충실한 일꾼으로 불법자금세탁에 관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며 말레이시아가 문 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질적 증거를 단 한 건도 공개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씨의 송환 직후 말레이시아 사법기관의 중요 인물들이 현지 미국 대사가 초청한 술좌석에 참석해 사례금을 약속받고 “‘무장장비 무상제공’ 흥정판까지 벌여놨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겨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해당 사건은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이 빚어진 결과이며 말레이시아 정부의 친미 굴욕이 가져온 반공화국 음모 결탁의 직접적 산물이 이번 송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미관계는 70여 년 동안 기술적으로 전쟁상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의 최대 주적국인 미국에 무턱대고 아부를 일삼아 죄 없는 북 공민을 피고석에 앉혀 놨으며 결국 미국에 송환함으로써 자주권 존중에 기초한 양국 관계의 기초를 여지없이 허물었다”고 비난했다.

북 외무성은 “양국 사이에 초래될 모든 책임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있다. 이번 송환 사건의 배후 조종자, 주범자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973년 북한은 말레이시아와 수교를 맺고 친교를 이어왔으나 지난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살해당한 뒤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양국은 상대국 대사를 맞 추방한 데 이어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폐쇄했다.

이후 2019년 10월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18차 비동맹운동(NAM) 회의에 참석해 당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회동, 외교관계 지속을 약속했으나 지난해 말레이시아 총리가 바뀌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답보 상태에서 문 씨 미국 송환까지 겹치며 외교관계는 완전히 단절되게 됐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