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벼룩 간 노리는 카카오택시
[기자수첩] 벼룩 간 노리는 카카오택시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1.03.19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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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호출 플랫폼 카카오T에서 선보인 ‘프로 멤버십’(멤버십)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이 멤버십은 택시기사에게 월 9만9000원에 △실시간 수요지도 △지도뷰 콜카드 △단골손님 관리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업계에선 멤버십이 카카오T 전면 유료화의 전초전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단순 편의 서비스로 멤버십 가입여부에 따라 콜 받는 게 달라지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갑론을박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어진다. ‘카카오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는 비난부터 ‘택시기사들이 편하게 콜을 받았으면 이제 비용을 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로선 다소 억울할만하다. 이번 멤버십 같은 서비스는 플랫폼 사업자 대부분이 채택하는 수익모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쇼핑몰 플랫폼에선 입점사업자들에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사용기능에 따라 요금을 차등한다. 사업자들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수요에 맞는 상품을 공급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택시기사들도 멤버십으로 제공되는 편의기능을 잘 활용한다면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한정된 수요다. 택시운송은 쇼핑, 음식 등과 달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2002년 47억1400만명이던 택시 수송실적은 꾸준히 감소해 2019년 35억2000만명을 기록했다. 감소추세는 카카오T 출범 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택시 수송실적은 카카오T(초기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출시된 2015년 36억8300만명에서 매년 감소해 2018년 35억300만명을 기록했다. 2019년 35억2000만명으로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택시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고 보기엔 어렵다. 특히 작년 택시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새 멤버십은 ‘편의성’만 제공한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과 달리 택시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멤버십에 가입한 택시기사가 그 편의성으로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면 가입하지 않는 기사의 수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택시기사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멤버십에 가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택시산업의 파이는 여전히 작다. 여타 플랫폼 사업자들처럼 수익을 거두려면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현재 기사들에게 편의성 제공을 명목으로 유료서비스를 제시하는 건 벼룩의 간을 노리는 겪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뺏고 빼앗기는 경쟁의 틈에서 수익을 노리기 보다 서비스 고도화 등으로 신규 수요창출에 힘썼으면 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