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리두기 1년, 양심선언이 필요한 때
[기자수첩] 거리두기 1년, 양심선언이 필요한 때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3.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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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의 하나로 정부는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다. 거리두기의 발자취를 다시 짚어보자면 대략 이러하다.

지난해 1월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3월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창궐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고안했다.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피해 바이러스의 전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캠페인의 취지였다.

같은 해 3월22일부터 시작된 거리두기는 처음에는 유연한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다 4월 말, 5월 초 석가탄신일부터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연휴에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터지면서 거리두기 시스템을 단계별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정부는 이를 수렴해 6월28일 거리두기를 지역별 1~3단계로 구분했다.

3단계 체계 하, 이후 8월15일 광복절집회를 계기로 대규모 확산이 이뤄지자 정부는 8월19일 수도권를 중심으로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하고, 같은 달 23일부터는 2단계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때부터 정부는 1, 2주를 간격으로 그때그때 적합한 거리두기 단계를 선별해 적용했다.

11월7일부터는 3단계(1, 2, 3)였던 거리두기 단계를 5단계 체계(1, 1.5, 2, 2.5, 3)로 바꿨다. 정부는 신규 확진자 수, 감염재생산지수 등 지표에 따라 5단계 체계 중 어느 한 단계를 정해 조치했다.

수도권 확산이 심해질 경우 2단계나 2.5단계를 발령했고, 비수도권의 상황이 심상치 않으면 지자체와 협력해 또 그에 맞는 단계를 설정했다. 이 역시 1, 2주 간격으로 조치했다. 5단계 체계에서 정부는 11~2월 4개월 간 거리두기를 조정해왔다. 이것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약 1년간 우리가 밟은 대략적인 거리두기의 흔적이다.

거리두기가 고작 1년째 시행 중이나 그 역사가 10년은 된 것 마냥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인가 싶다. 체계를 안정화하기까지 시행착오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두서없고, 질서 없는 체계의 날들이 너무나도 길게 이어졌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거리두기로 확진자 수가 줄고 늘고를 반복했다며 그 효과성을 전파하지만, 400~500명씩 나오는 지금을 볼 때 확산 저지에 과연 거리두기가 그토록 영향을 미쳤는지도 자신할 순 없겠다.

400~500명대는 1년 전에서 나온 확진자 수이자 불과 4개월 전에도 형성된 규모다. 거리두기를 강화하든 완화하든 현 상황이 데자뷔되는 현실에, 우리는 이제 거리두기를 맹목적으로 정하기보다 매우 융통성 있는 체계로의 전환을 꾀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지도자, 유력 인사 등의 양심선언이 필요하다. 감염병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료계(의사집단)가 나서서 “사실 주입·강압식 거리두기 실천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책임”이라고 외쳐야 한다. 거리두기 회의론을 제기해야 한다.

3월 정부는 다시 거리두기 체계를 바꾸고자 한다. 5단계 체계였던 거리두기를 4단계(1, 2, 3, 4)로 바꾸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미 단계별 적용되는 방역 조치도 수립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으나 이는 신규 확진자가 조금 줄어들면 즉시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정부는 상황을 보며 거리두기 체계를 바꿔나갈 것이다. 정부의 판단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양심선언자들이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