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방송의 시장성과를 위한 공익성과 다양성
[기고 칼럼] 방송의 시장성과를 위한 공익성과 다양성
  • 신아일보
  • 승인 2021.03.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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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장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Netflix)는 최근 자사의 2018~2019년 콘텐츠 306건에 대한 다양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넷플릭스 해당 콘텐츠는 등장인물과 제작진 구성에서 젠더, 인종·민족, 장애인 등의 측면에서 미국 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높은 다양성을 나타냈다. 특히, 여성 주연배우의 비중이 영화 48.4%, 시리즈 54.5%로 미국 여성 인구비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인종·민족 측면에서는 백인이 71.8%로 흑인·아프리칸아메리칸(13%), 히스패닉·라틴(4.7%), 중동·북아프리카(1.3%)에 비해 크게 편중돼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인종·민족 측면의 다양성은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표하는 넷플릭스의 행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다양성 증진에 적극 나서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물론, 이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택한 것으로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다양한 젠더, 인종·민족, 장애인이 출연하고 제작할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은 가입자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객관주의가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광고주를 유치하기 위한 상업언론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선거 때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위해 중도적 성향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 결과적으로 다양성 확대라는 공익적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는 2026년까지 2년마다 다양성 조사를 계속 실시할 것이며, 미국 외 국가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매번 다양성 개선 성과를 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출연진은 물론 제작진까지 다양성 증진의 성과가 점진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다양성이 22개 항목 중 19개 항목에서 매년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오디언스 프로젝트(Audience Project)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들이 TV, 시리즈, 영화 등을 가장 많이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하는 서비스 1, 2위는 각각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비디오(Amazon Prime Video)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공영방송인 BBC의 아이플레이어(iPlayer)가 3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BBC 아이플레이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유튜브(Youtube)나 다른 OTT 서비스보다 높은 순위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시장의 성과와 공익적 가치가 상호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기업의 성과와 무관하거나 오히려 저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다양성, 환경보호, 사회적 가치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재무적 성과에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은 기본적으로 공익적 가치에 대한 책무가 강조된다. 기존에는 공익성을 위해서는 시장 성과를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넷플릭스와 BBC 아이플레이어의 사례를 참고해 공익성과 다양성에 대한 투자를 시장에서의 성과와 연동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물론, 국내서도 여성, 인종·민족, 장애인 관련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