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국책은행] ② 산업은행, 코로나 일 폭탄 속 '인력 수급 불균형' 위기
[허리 휘는 국책은행] ② 산업은행, 코로나 일 폭탄 속 '인력 수급 불균형' 위기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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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자금 지원 수요 급증하는데 지점 수는 '계속 줄어'
퇴직 증가에 선제적 채용 요구 높지만 총원 규정에 막혀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작년 코로나19가 나라 경제를 강타하자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금융 지원책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 직원들의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선 현장에서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정하는 총원을 기준으로 인력 운용이 이뤄지는 국책은행 특성상 업무가 급증했다고 직원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국책은행 직원들이 처한 상황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산업은행이 코로나19 관련 자금 지원에 따른 업무 과중과 실무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점 수를 계속해서 줄이는 상황이라 업무 부담이 더 크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서 정년 퇴직 인원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정부의 총원 규정에 막혀 선제적 인력 채용도 어려운 상태다. 신입 행원을 미리 뽑아 효율적인 업무 인수인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 운용의 유연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은의 작년 자금지원 실적은 91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목표액 66조원 대비 38%, 지난 2019년 지원 실적 72조9000억원 대비로는 24.96% 증가한 수준이다.

분야별로는 일반대출 71조3000억원과 투자 11조4000억원, 온렌딩(정부가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면 은행이 중소기업 등에 대출하는 제도) 8조4000억원이 공급됐다. 산은의 올해 자금 지원 목표액은 68조원으로 작년보다 2조원이 늘어났다.

산은 관계자는 "작년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및 회사채·CP 차환 발행, 채권·증권시장 안정펀드, 기간산업안정기금, 기업유동성지원기구, LCC 금융지원,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 특별 온렌딩 등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했다"고 말했다. 

산은 지점은 지난 2017년 74개에서 2019년 71개, 현재 67개로 꾸준히 줄었다. 내달 초 지점 통폐합이 완료될 경우 산은 지점은 61개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듯 지점 축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 관련 금융지원으로 거래처가 늘어난 탓에 영업점 업무량도 급증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작년에는 영업자산을 재작년 대비 7% 늘리는 게 목표였는데, 올해는 작년 대비 5% 이상을 더 늘리라고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대출을 받은 기업의 업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지원한 자금이 연체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더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1950~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퇴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은 내부적으로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은의 연도별 추정 퇴직자 수는 올해 34명을 시작으로 내년 59명, 2023년 83명, 2024년 126명, 2025년 151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업무 특성상 신입 행원 교육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선제적 충원으로 인력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가 총원 규정을 두고 있어 퇴직자 수보다 많은 신규 직원을 미리 뽑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산은 노동조합 관계자는 "산은 업무는 인수인계에 최소 3~4년이 걸릴 만큼 복잡하고 전문적"이라며 "현재 정원이 다소 초과하더라도 미리 신입 행원을 채용해, 업무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향후 퇴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은 정원과 관련해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유연적인 인력 운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시적으로라도 정원을 늘리기 위해 정부 예산을 더 투입하는 것은 현재 국민정서상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논리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정원을 더 늘린다는 건 국민정서상 부담이 된다"며 "대신 현재 임직원들의 임금피크 진입 나이를 늘리는 등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검토는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