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36 - 결혼은 계약이다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36 - 결혼은 계약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21.03.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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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부동산 거래는 계약이다. 사고파는 사람이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면 매매 계약을 한다. 부동산 임대도 마찬가지이다.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나 헬스 강습 등의 서비스를 받는 것도 계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혼은 계약인가. 과거에는 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혼 당사자가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혼인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혼인을 결정했으므로 부모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에는 결혼 당사자가 요리조리 따져보고 배우자와 결혼을 결정하니, 결혼은 명확한 계약이다. 운명 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거나, 조건을 보고 결혼했거나 모두 계약이다. 그리고, 저 사람과 결혼하면 이익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 살아보니 이익이 안 돼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이혼이다.

그런데, 요즘 혼인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980년 조혼인율이 10.6이었는데, 2017년 5.2로 감소했다. 반면에 이혼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70년 0.4이던 것이 2003년 3.4로 증가한 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결혼이 감소하고 이혼이 증가한 이유는 결혼이 주는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혼자 사는 이익이 크게 상승했으며,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살면서 공부하고, 돈 벌고, 여행 다니고, 연애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편히 쉬고, 자신이 번 돈은 자기에게만 다 쓰면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산은 계약인가? 결혼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출산을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시부모와 남편이 강권하기에 출산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안 낳으면 온갖 구박을 받거나 쫓겨나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피임을 하거나 낙태를 할 수도 없었다.

반면에 요즘에는 대부분의 경우 부부가 합의해 출산을 결정한다. 부부가 합의해 결정하고 피임도 할 수 있으며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경우 낙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출산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계약이다.

모든 여건이 수십 년 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계속 하락했다. 실제 아이를 안 낳는 이유는 위와 같은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워도 이익이 적기 때문이다. 자녀로부터의 이익은 감소하고 무자녀로 사는 삶의 이익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녀의 이익이 감소한 것보다 무자녀의 자유로운 삶이 주는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 키웠을 때 큰 이익이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것이다. 인간은 환경이 갖추어진다고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필요가 있어야 아이를 낳는다.

출산율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울수록, 아이를 잘 키울수록 부모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커야 한다. 자녀의 성공이 부모의 성공이 되도록 해야 한다. 현실은 어떠한가? 자녀를 여럿 낳아 키워도 부모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이익은 거의 없다. 정서적 이익도 거의 없다. 같이 살지도 않고 경제적 지원도 없다. 자식을 낳아 키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독신과 무자녀로 사는 삶으로부터 얻어지는 이익은 이미 상당히 크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지 않으면 머지않아 모든 것이 파괴된 비참한 세상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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