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맨'의 반격…박윤기 대표, 미래성장동력 발굴 '올인'
'롯데칠성맨'의 반격…박윤기 대표, 미래성장동력 발굴 '올인'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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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서 오랜 경력·높은 이해 강점, 그룹 '젊은 피' 선두주자
실적 성장, 수익성 개선 급선무…음료·주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
품목수 줄이고 기능성·발효음료 개발, 수제맥주 위탁생산 돌파구 찾기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홈페이지 캡쳐)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홈페이지 캡쳐)

취임 100여일을 맞은 박윤기(51·사진)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헬스케어와 수제맥주 위탁생산 등 신사업 추진과 수익성 개선에 나서며, 실적 성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박 대표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기조 아래 음료부문에선 새 동력을 발굴해 국내 1등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주류에선 점유율 제고로 사업을 안정화하겠단 계획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1994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 후 영업·마케팅·해외사업·경영전략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롯데칠성맨’이다. 박 대표는 그만큼 회사의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에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칠성 사업 전반에 대한 박 대표의 높은 이해와 오랜 경력, 여기에 50대 초반의 젊은 피라는 점을 눈여겨보고 롯데칠성음료의 새 수장으로 발탁했다. 박 대표에겐 전임인 이영구 그룹 식품BU장이 닦아 놓은 기반을 토대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2580억원으로 전년보다 7.1% 줄었다. 영업이익은 972억원에 그치며 1000억원대가 무너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야외활동 위축과 외식·유흥시장 침체가 이유다.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만큼 당초 음료와 주류 부문에서 적극적인 판촉·마케팅으로 사업 전반의 붐업(Boom-up)을 기대했으나,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차질을 빚었다. 

신동빈 회장은 올 초 주재한 상반기 VCM(사장단회의)에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브랜드 파워와 강력한 실행력, 혁신 기반의 재도약을 주문했다. 박 대표에겐 코로나19 악재를 딛고, 음료와 주류사업에서의 변화를 이끌만한 다양한 시도로 신 회장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임무가 부여된 셈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투자업계를 대상으로 온라인 기업설명회(IR)를 갖고, 음료와 주류 부문의 중장기 전략을 직접 발표했다. 

음료에선 주력인 사이다를 비롯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커피와 생수, 탄산수에 더욱 집중하는 대신, SKU(상품품목수)는 과거 500개에서 지난해 400개로, 올해엔 370여개까지 줄일 예정이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이익률이 높은 품목에 영업력을 배가시키면서 소비자 니즈(Needs)에 맞춰 SKU를 합리화하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부터 진행한 ZBB(Zero Based Budget)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올해 300억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음료공장은 현재 6개에서 5년 안에 4개로, 물류거점은 69개에서 33개로 절반 이상 줄이며 효율화에 속도를 낸다. 최근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으로부터 음료 페트(PET) 포장사업을 68억5000만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출과 제병, 음료 주입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경쟁력 확보와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해졌다. 

롯데칠성음료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비피도 간의 업무협약 체결 모습. 사진 왼쪽은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제공=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비피도 간의 업무협약 체결 모습. 사진 왼쪽은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제공=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은 연내 차(茶)음료와 기능성음료, 발효음료 등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과 유전정보) 전문기업 ‘비피도’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기능성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 식단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등 개인 맞춤형 영양관리 솔루션 개발에도 나선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페트사업 영업양수는 음료사업 효율화의 일환”이라며 “1등 음료기업으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뉴노멀 시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요구되는 건강 기능성 소재와 제품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류사업은 ZBB프로젝트로 지난해 865억원에 이어 올해도 200억원 이상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을 지속하면서 소주와 맥주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박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처음처럼 소주의 시장점유율 20% 회복과 클라우드 맥주의 7%대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롯데칠성의 소주·맥주 점유율은 증권가 추정 각각 14.5%, 3.5%다. 롯데칠성은 올 1월 처음처럼 소주 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고, 최근엔 디자인 리뉴얼과 함께 브랜드 모델을 Z세대의 아이콘인 블랙핑크 ‘제니’로 발탁하며 젊은 소비층을 집중 겨냥했다. 이후 서울 강남·홍대 등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영업을 적극 전개하며, 처음처럼 소주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어느 마트에 진열된 처음처럼 리뉴얼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처음처럼 리뉴얼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수제맥주 위탁생산을 맡게 된 충주의 맥주1공장. (제공=롯데칠성음료)
수제맥주 위탁생산을 맡게 된 충주의 맥주1공장. (제공=롯데칠성음료)

맥주 역시 지난해 6월 신작 클라우드 생(生)드래프트 출시 이후 조금씩 분위기가 되살아나면서 관련 매출이 반등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롯데칠성은 올 상반기 내에 클라우드 맥주 패키지를 리뉴얼해 소비층 확장에 나서는 한편, 무알콜음료 시장 확대에 맞춰 클라우드 제로 마케팅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제맥주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 일환으로 충주 맥주1공장에서 맥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을 개시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박 대표는 취임 직후 관련 사업을 전담할 맥주 위탁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현재 제주맥주를 비롯한 4개 수제맥주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칠성의 OEM 수제맥주는 이르면 이달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추후 외식 프랜차이즈와 타 브랜드 간의 협업을 통한 맥주 공급도 검토 중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충주공장 기본시설을 재검토하고, 수제맥주 생산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맥주 선택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