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청 설치는 법치 말살·헌법 정신 파괴”
윤석열 “수사청 설치는 법치 말살·헌법 정신 파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1.03.0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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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에 대해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일 윤 총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청은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수사청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검찰이 담당하는 6대 중대범죄의 수사를 전담하기 위한 기관으로 여권이 입법을 추진 중이다. 영국 중대비리수사청(SFO·Serious Fraud Office)과 유사한 성격의 기관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고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수사청으로 넘어가게 돼 검찰은 기소 및 공소 유지만 담당하게 된다. 이 경우 검찰 수사권이 완전 박탈될 수 있다.

법조계는 현실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기가 쉽지 않고 분리할 경우 부패범죄 수사 역량이 저할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무죄율이 급증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수사청을 새로 만들 경우 일정 정도의 수사력이 확보될 때까지 생기는 공백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수사기관이 늘어나면 중복, 책임 떠넘기기 수사가 생긴다는 점도 문제로 꼬집힌다.

이에 윤 총장은 “수사청 설치는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며 수사청 설치 입법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그는 “검찰을 정부법무공단처럼 만들려는데 이는 검찰권 약화가 아니라 검찰 폐지”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에도 반대했다. 윤 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도 찬성했지만 검·경이나 수사·기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한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 수사 없이도 경찰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거나 검찰이 개입하면 오히려 방해된다는 실증적 결과가 제시되려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가 따로였다면 국정농단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등 수사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SFO는 검사가 공소 유지만 하는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다. 우리 검찰의 반부패 수사 인력보다 상근 인원이 더 많다”며 “국민들께서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 올바른 여론의 형성만을 기다릴 뿐이다”고 호소했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