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투 열기 계속…형세판단은 냉정하게
[기자수첩] 빚투 열기 계속…형세판단은 냉정하게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3.0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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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정책금리는 당분간 안 오른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5%를 넘어서면서 최근 S&P 500 배당수익률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빠르게 반영하는 지표다. 바닥을 떠난 채권금리 상승세에 차입 비용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주식 투자의 매력이 이전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주식거래활동 계좌 수는 작년 1월2일 2935만4221좌에서 12월31일 3548만5427좌로 613만좌 정도 증가했는데, 지난달 18일 기준 3763만6994좌로 더 늘었다. 올해 들어 두 달이 채 안되는 기간에 215만좌 정도가 늘어난 것인데 이 속도면 계좌 증가수는 올해 연말에 1290만좌로 작년 말 대비 두 배가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식투자 인구가 700만명이라고 했었다. 최근 추정치는 약 800만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800만명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작년 말 기준 만 65세 이상 인구수다. 

여기에 가장 큰 우려는 식지 않는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열기다. 금투협 통계를 보면 주식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25일 기준 21조7241억원이었다. 작년 12월 18조~19조원에서 올해 1월 19조원~20조원, 2월에는 21조원~22조원 사이를 오가면서 사상 최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이 수치는 작년 2월 말 10조원, 3월 말 6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신용거래 체결주수 추이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2월 말 14억주, 3월 말 9억주 수준에서 7~8월에는 16억주, 11~12월 18억주, 올해 초 이후 19억~20억주를 오간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세계 대공황의 출발점을 1929년 10월 미국 증시 폭락으로 본다고 한다. 미국 주가(이하 S&P 500 지수 기준)는 당시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1932년 5~6월 저점을 찍었다. 1930~1933년 미국에서는 4차례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그리고 주가는 폭락 이후 30년이 더 지난 1956년에 1929년 고점 수준으로 복귀했다. 주가 하락 이전에 시장과열 우려로 인한 긴축정책이 있었고, 당시 주가 상황이 버블이었는지는 여전히 논의되고 있지만, 몇 가지 부분은 현재와도 유사하다. 고점 붕괴 직전 연도인 1928년 지수는 37.88% 올랐고 지금과 같은 개인 주식투자 및 레버리지 투자 열기로 뜨거웠다. 현재 미국 증시나 국내 증시나 역사적 고점 수준에 와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산물인 비트코인 가격도 역시 역대 고점이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일각에서는 과도한 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월 금통위에서 국내 경제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은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올해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상향(1.0%→1.3%) 조정했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를 수록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유동성 회수 시점이 빨라지면 주가 조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각종 회복 신호에도 웃을 수 없는 시장의 민낯이다.

그러나 현재 빚투를 하거나 하지 않는 것 중에 미래에 어느 쪽 득실이 클 지는 지나봐야 안다. 사실 형세판단은 냉정하게 하기 어렵다. 최대한 냉정하게 해도 승패는 다른 곳에서 갈린다.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