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통' 이진성, 롯데푸드 영업익 1000억 시대 연다
'전략통' 이진성, 롯데푸드 영업익 1000억 시대 연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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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실적도약 주문…사업역량 강화, 수익 개선 시급
ZBB 프로젝트 비용절감, 생산성↑…중장기 매출 2조원 달성
유지·육가공 안정화, 간편식·케어푸드·비건 경쟁력 강화 속도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제공=롯데푸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제공=롯데푸드)

이진성(52·사진) 롯데푸드 대표는 올해 그룹과 업계서 존재감을 되찾는데 노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올해 주력사업과 신사업의 역량 강화는 물론,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질적·양적 성장을 함께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까지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은 도전 과제로 떠오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진성 대표는 롯데푸드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지 100여일이 됐다. 이 대표는 롯데푸드로 오기 전에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와 롯데엑셀러레이터 대표를 다년간 겸임했다. 그룹 내에선 전략통이자 분석가로서, 사업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통찰력)가 뛰어나단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9년 롯데로 오기 전 동원F&B와 CJ제일제당 등 식품업계에서 경력을 쌓기도 했다. 그간 그룹에서 브레인 역할을 맡은 이 대표는 롯데푸드의 실적 도약이라는 신동빈 회장의 주문을 받고, 야전으로 나왔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집밥 소비 확대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거뒀지만, 롯데푸드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매출액(연결기준)은 전년보다 3.9% 줄어든 1조7880억원, 영업이익은 10.2% 감소한 444억원에 그쳤다. CJ제일제당과 대상, 오뚜기 등 경쟁사들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점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코로나19로 외식·식자재 시장 타격이 장기화되면서 유지와 육가공 사업에서 B2B(기업 간 거래) 비중이 큰 롯데푸드에 악영향이 미쳤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악재로 이유를 돌릴 순 있지만, 이전에도 실적은 정체된 모습이었다. 경쟁사들이 매출 2조~3조원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 롯데푸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2018년(1조8108억원)을 제외하곤, 1조7000억원대에 머물렀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가정간편식(HMR) 등 시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성장을 해왔다”면서도 “롯데푸드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지만, 도약을 위한 새 동력을 찾지 못해 뒤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성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새 먹거리 발굴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단기적으론 실적 도약, 나아가 매출 2조원 돌파로 롯데푸드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롯데푸드 양평동 사옥. (제공=롯데푸드)
롯데푸드 양평동 사옥. (제공=롯데푸드)

이 대표는 유지·육가공·빙과 등 주력사업의 경우, 핵심 브랜드를 중심으로 차별화할 방침이다. 유지 부문은 지난 2019년 글로벌 식용유지기업 ‘번기(BUNGE)’와의 협업을 앞세워 업소용·가정용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육가공은 ‘건강’을 키워드로, 인공적인 요소를 최소화한 햄과 소시지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수입육 일색인 캔햄 시장에선 100% 국산 돼지고기로 만든 ‘K-로스팜’ 등으로 위상을 높일 방침이다. 빙과와 유가공은 온라인 채널 확대와 함께 수익성 높은 상품군 위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지속되지만, 앞으로 외식경기 회복에 맞춰 유지·육가공 매출과 수익성 확대는 가능할 것”이라며 “빙과는 브랜드 체계를 재정립하고, 핵심 상품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푸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정간편식(HMR)과 케어푸드(성인영양식), 비건푸드(채식) 등 신사업 추진 속도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다.

이 대표는 올 1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도시락·샌드위치 등을 담당한 델리카 사업부를 마케팅 본부에 편입시켜 간편식 사업 부문을 확대했다. 델리카사업부는 밥을 짓는 최첨단 ‘취반기’ 등의 설비와 ‘밥 소믈리에’ 전문가를 보유하며, 메뉴 개발 노하우와 인프라를 갖췄다. 

올 4월에는 육가공 위주로 생산했던 김천공장에 간편식 생산라인을 확충하는 공사가 마무리된다. 이를 통해 간편식 상품군을 지속 확장한다. 또, 롯데마트·세븐일레븐·롯데온 등 자사 유통 계열사는 물론 쿠팡·마켓컬리와 같은 이(e)커머스로 판로를 대폭 확장해 덩치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내부적으론 올해 간편식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 2043억원보다 19%가량 늘린 2430억원으로 잡았다. 

롯데푸드의 성인영양식 ‘닥터액티브’ (제공=롯데푸드)
롯데푸드의 성인영양식 ‘닥터액티브’ (제공=롯데푸드)
롯데푸드의 비건푸드 ‘제로미트’ 4종. (제공=롯데푸드)
롯데푸드의 비건푸드 ‘제로미트’ 4종. (제공=롯데푸드)

‘닥터액티브’를 앞세운 케어푸드 사업은 소비 세분화에 맞춰 제품군을 늘려, 올해 매출 50억원, 2025년까지 3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지난 2019년 4월 식품대기업에서 가장 먼저 생산에 돌입한 비건푸드 ‘제로미트’는 한식·양식 등 카테고리를 다양화해 국내 비건푸드 시장을 선점하겠단 계획이다.   

아울러 롯데엑셀러레이터 식품펀드의 여러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통해 친환경 패키지와 가정간편식, 식물성 대체육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방침이다. 

이 대표는 ZBB(Zero Based Budget)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성 개선도 나선다. 지난해엔 육가공 부문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비용 축소와 생산성 개선 활동으로 78억원을 절감했다. 올해엔 전사적으로 나서 수익성 회복을 꾀한다. 이를 발판으로 영업이익은 올해 550억원, 2023년 1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세웠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ZBB 프로젝트는 전년을 기반으로 비용계획을 집행했던 것을 제로(0)베이스에서 재검토해 불필요한 지출사항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라며 “사업 운영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전개해 내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