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들②] 한화그룹, 잰틀맨 '김동관'…차원 다른 '품격'
[후계자들②] 한화그룹, 잰틀맨 '김동관'…차원 다른 '품격'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1.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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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김동원‧김동성이 쫓을 수 없는 '매너남'
10년간 태양광 전념, 큰그림 경험없는게 '단점'
대표 직함 달고 첫 시험대, 친환경 탈바꿈 '중임'

재계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무게를 잡던 아버지 총수 세대는 사라지고 있다. 스킨십경영의 40~50대 젊은 총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필두로 그동안 얼굴을 내밀지 않던 오너 2~4세 후계자들까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신아일보>는 연중기획 ‘후계자들’이란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 그룹사의 후계구도 및 경영승계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차기 오너가 그리는 기업은 어떤 것인지 한 그룹씩 짚어본다. <편집자 주>

(그래픽=장유리 기자)
김동관 사장이 임원 승진 후 한화솔루션 매출 변화(위)와 주가 변화(아래).(그래픽=장유리 기자)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회색’의 한화그룹을 ‘녹색’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중임을 맡는다. 방산 주력 이미지에서 친환경에너지 그룹으로 완전 변신시킬 능력을 보여줘야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생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와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추격하고 있지만 능력은 물론 품격적인 면에서도 김동관 사장이 월등히 앞선다는 평가다. 여기에 ‘장남 바보’로 불리는 김승연 회장이 올해 경영에 복귀하면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동관 사장은 한화그룹 김종희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승연 회장의 장남으로 한화 오너가 3세다. 그는 엘리트 길을 걸어온 세련된 매너 남으로 통한다. 오랜 유학생활과 각종 국제행사 경험이 그를 ‘잰틀맨’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하버드에서 학사를 졸업했고, 이후 공군사관학교 117기로 입대해 통역장교를 맡았다. 뛰어난 영어실력까지 갖췄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동관 사장은 오너가 중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외국어 능통자로도 유명하다”고 귀띔했다.

김동관 사장(오른쪽 2번째)이 지난해 1월6일 한화솔루션 출범 당시 각 부문별 대표들과 각오를 다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화솔루션)
김동관 사장(오른쪽 2번째)이 지난해 1월6일 한화솔루션 출범 당시 각 부문별 대표들과 각오를 다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화솔루션)

특히 가족과 달리 단 한번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다고 카리스마 리더십의 아버지와 전혀 다른 행보만 보인 건 아니다. 김동관 사장도 김승연 회장처럼 곧바로 현장 투입을 통한 업무경험을 쌓으며 성장한 게 똑같다. 2010년 한화에 입사해 바로 2011년 태양광사업에 뛰어들었다. 2011년은 태양광업황이 급격히 나빠졌던 시기다. 김승연 회장이 29세에 회장에 올라 경영능력을 쌓으며 버틸 수 있는 체력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분석이다.

그 유전자로 아버지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2014년~) 있던 한화를 조금씩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바꾸는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김동관 사장은 태양광사업을 주축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OCI와 웅진이 몰락할 때에도 사업을 지켜내며 육성시켰다.

결국 2012년부터 꾸준히 친환경사업을 이끈 김동관 사장은 10여년 만에 마침내 한화솔루션을 이끄는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사진=한화)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사진=한화)

올해는 책임을 져야 할 첫 시험대다. 한화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만큼 신시장 개척과 글로벌 성장동력까지 발굴해야 한다.

문제는 10년간 태양광사업에만 전념, 그룹 전체를 이끌 큰 그림 경험이 없는 게 단점이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경력이 쌓인 동생들의 추격도 뿌리쳐야 한다. 김동원 전무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김동선 상무보는 에너지 신규 사업에서 속도를 내고 있어 어느새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결국 변수는 김승연 회장의 복귀다. 총수가 돌아와 한화솔루션에 힘을 실어주느냐 여부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의 주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 올해 중 한화솔루션이 그룹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 한화솔루션을 태양광제품 제조사에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은 올해 수소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한다. 또한 글로벌 M&A(인수합병)에서도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2014년 삼성그룹과 화학계열사 빅딜은 김동관 사장이 하버드대 동문인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만나 인수협상을 벌인 노력도 포함됐다”며 “지난해 성과를 올린 니콜라 1억 투자 역시 직접 세계를 돌아다닌 인맥과 정보력, 영업력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ja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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