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긴급 진단] ① 유동성에 부푼 부동산·주식…바늘 앞 풍선처럼 '위태'
[자산시장 긴급 진단] ① 유동성에 부푼 부동산·주식…바늘 앞 풍선처럼 '위태'
  • 남정호 기자·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2.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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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주택 거래량 59%·매매가 16% 급등…코스피, 30% 넘게 올라
수도권 중심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에 연초 부동산 투자 심리 위축
시장 금리 상승 속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도…위험 선호서 '경계'로
(왼쪽부터) 서울시 여의도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사진=신아일보DB, 연합뉴스)
서울시 여의도 한 아파트 단지 전경(왼쪽)과 지난 18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사진=신아일보DB·연합뉴스)

작년 한국 경제는 전 세계적 코로나19 충격을 버텨내기 위해 몸부림 쳤다. 정부는 바닥으로 떨어진 경기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막대한 지원금을 풀었고, 한국은행은 역대 최저 기준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시중에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 자산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높아지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뾰족한 바늘이 돼 자산이라는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이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자산 시장이 즐길 수 있는 유동성 파티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전문가들과 함께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작년 한 해 부동산 시장은 극심한 과열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면서 주택 거래량은 전년 대비 59%가량 뛰었고, 매매가 역시 1년 새 16% 올랐다. 부동산 시장을 휩쓴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도 전파됐다. 작년 코스피는 전년 대비 약 31% 올랐고, 연고점을 계속 경신하면서 올해 초 3000선마저 넘겼다.

그러나 최근 두 시장에서는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 상승 폭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도 최근 채권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경계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도 김포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경기도 김포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 "어깨 이상 올라와"…투자수요 빠져나가는 부동산 시장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연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총 127만9305건으로, 2019년 80만5272건보다 58.9% 증가했다. 지난 5년 평균보다도 31.7% 늘어난 수치다. 아파트 매매거래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작년 연간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년 54만5061건 대비 71.4% 늘어난 93만4078건을 기록했다.

작년 주택 매매거래 총액도 2006년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직방에 따르면, 작년 주택 매매거래 총액은 360조8000억원으로, 2019년 246조2000억원 대비 46.5% 늘었다. 아파트 매매거래 총액은 전년 185조8000억원 대비 51.2% 증가한 28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주택 매매거래 총액도 작년 3분기까지 18.4%를 기록해, 이전 최고치였던 2015년 15.8%를 이미 넘겼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과열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 영향이다. 시장에 풀린 막대한 돈은 부동산 시장에 투자 수요로 흘러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광의통화량(M2)은 총 319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908조원 대비 9.7% 증가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유동성 등 거시환경들이 주택을 투자 재화로 볼 수 있게 하는 수요를 이끌었다"며 "이런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수요까지 가세한 상태로, 투자수요가 늘어 가격이 올라갔으니 실수요자들이 부담하기 과한 수준의 가격이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수요 유입은 임대사업자 혜택 증가로 인한 다주택자 매물 감소와 맞물려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국 평균 주택 매매가는 4억764만원으로, 전년 동기 3만5028만원 대비 16.4%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는 1년 전 3억7483만원보다 20.1% 오른 4억5017만원을 기록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원은 "한국 집값은 투자수요와 매물로 결정된다"며 "투자수요가 강해지면서 가격상승에 대한 압력이 강해졌다. 거기다가 임대사업자 혜택을 늘리면서 다주택자 매물도 안 나와 집값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도 "규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건 시장이 많이 과열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여 온 부동산 시장에서 최근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작년 급등했던 주택 매매거래량은 올해 들어 주춤한 모습이며, 주택 매매가는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2·4 대책 이후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9만679건으로, 전월 14만281건 대비 35.4% 줄었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10.5%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매매값 상승률은 전월 0.97% 대비 0.18%p 줄어든 0.7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을 이끈 투자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금리 인상과 3기 신도시 등 대량 주택공급이 나오는 시점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광수 수석연구원은 "실수요는 가격이 오를수록 감소하는 반면, 투자수요는 가격이 오를수록 증가한다"며 "그래서 항상 가격이 오를 때는 대부분 투자수요 때문인데, 그 투자수요가 세금 증가와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소장은 "지금은 충분히 어깨 이상 와있다고 판단된다"며 "금리 인상과 3기 신도시 등 대량공급이 나오는 시점부터 거품이 꺼질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여의도 한국거래소 내 황소상.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여의도 한국거래소 내 황소상. (사진=신아일보DB)

◇ 주가 가치평가 부담...고개드는 증시 경계론

유동성에 힘입은 투자수요는 부동산 시장을 거쳐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부동산 시장에 미처 진입하지 못한 투기 수요는 수많은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 투자자를 지칭)'를 양산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내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3763만6994좌로 작년 말(12월31일) 3548만5427좌보다 215만1567좌 증가했다.

증시 대기성 자금도 풍부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6조91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인 작년 2월19일 28조9156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불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천문학적인 돈이 풀렸는데, 대부분이 부동산, 주식시장,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갔다"며 "30~40대가 근로소득을 모아서는 정상적으로 집을 살 수 없고, 이런 저금리에서 뭐라도 해야한다는 투기 수요가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주식시장은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률은 8.14%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 상승률은 작년 한 해 30.8%로 G20 국가 중 1위에 올랐고, 지난달 7일에는 사상 최초 3000선을 돌파했다. 지수는 작년 11월 14.3%(2267.15→2591.34), 12월 10.9%(2591.34→2873.47) 올라 작년 한 해 상승률 대부분이 연말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코스피 지수가 올해 경기 회복 기대치를 일찌감치 모두 반영한 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투자은행) 등은 올해 세계주가 상승 폭을 9% 내외로 전망했다. 올해 신고점인 3208.99은 작년 말보다 11.68% 오른 수치다.

노산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백신 공급 등에 따른 실물경제 회복을 고려해 시장에서 전망한 지수는 3000선 초반 수준에 수렴했다"며 "현재 주식시장은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효과가 연초 빠른 속도로 선반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주요국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와 백신 보급 등 증시 상승 요인에도 밸류에이션 압력은 추가 상승을 억누르는 모습이다.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27조5456억원을 순매수하고 있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22조4739억원, 5조4020억원씩 순매도하고 있다.

또, 최근 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경계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금리가 오르면 자본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을 넘기면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해진다. 이때쯤이면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으로 불어난 주식시장 가격이 빠지는 것도 불가피한 수순이다.

지난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3%대로 올라섰다. 코로나19 대확산 이전인 작년 2월27일 1.274%보다 높아진 수치다. 미국 한파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부채질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3월 인도분 기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면서 작년 1월 초 이후 신고가를 썼다. 미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3%로 지난 2009년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의 할인율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는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비용 변수의 속도에 민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물가와 금리 상승우려가 자리하고 있다"며 "경제지표가 좋으면 물가, 금리 상승압력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자극하고, 경제지표 부진으로 물가, 금리 상승이 주춤해지면 경기불안, 위험자산 선호심리 후퇴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