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없어진 민정수석… 靑 "패싱은 아니다" 난색
역할 없어진 민정수석… 靑 "패싱은 아니다" 난색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2.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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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검찰 인사 과정서 박범계와 갈등… 두 차례 사의표명
靑 "장관이 조율 안 끝난 상태서 보고… 대통령은 거론 말라"
국민의힘 "온갖 인사로 정권 비리 무마… 큰 화 면치 못할 것"
지난 2018년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회동 당시 열린 차담회에서 (오른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범계 수석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회동 당시 열린 차담회에서 (오른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범계 수석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표명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검찰개혁에 대한 부작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석급 참모가 두 달 사이 두 번이나 사의를 표명하는 이례적인 일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오전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관련해 "검찰과 법무부 견해가 달라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신 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간) 이견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신 수석이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다"고 인정했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신임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이끌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보내는 등 고위 간부 4명을 인사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신 수석은 검찰 의견을 반영해 법무부와 검찰 간 이견을 중재하려고 했지만, 박 장관은 신 수석과의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법무부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신 수석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법무부의 검찰 인사 직후 구두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자 신 수석은 설 명절 후 재차 사의를 표명했다.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으로는 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신 수석 아래이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핵심 인사로 알려진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상관을 '패싱(배제)'하고 문 대통령에게 직접 안을 들고 가 결재를 받았다는 후문이 돌았지만,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다만 이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게 결재 받은 사람은 신 수석인가, 이 비서관인가' 묻자 "결과적으로 보면 법무부 장관이 안 조율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보고했고, 발표가 된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재가를 올린 주체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또 '대통령도 이러한 갈등 과정을 인지하고 재가했다고 봐도 되느냐' 묻자 "청와대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대통령은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또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을 패싱한 것인가' 질문하자 "패싱보단 조율 중인 상태에서 나갔다고 이해해 달라"며 "민정수석실을 경유해 보고하게 되는데, 그것을 패싱이라곤 할 수 없다"고 난감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덧붙여 "박 장관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에 대해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애매한 답변 때문에 청와대 내부의 관계와 사정은 더욱 의구심을 낳고 있다.

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온갖 인사로 정권 비리를 지키는 검사는 무리하게 자리에 두고, 수사를 강하게 하는 검사는 내쫓는 박 장관의 인사를 두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도 납득하지 못해 사표를 낸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바로잡지 않으면 정권 떠나고 난 후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박 장관에게 경고하면서 "검찰은 박 장관 취임 후 추 전 장관과 달리 검찰 인사가 정상을 되찾을 것인지 기대했지만, 이 지검장을 그대로 두는 비정상적이고 체계에 맞지 않는 인사를 해 기대는 역시나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