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운동의 상징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별세했다. 향년 89세.
15일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백 소장은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이어온 끝에 이날 오전 사망했다.
백 소장은 1932년 황해도 은율군 장련면 동부리에서 출생했으며 1950년대부터 농민, 통일,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며 한국 사회운동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1964년에는 박정희 정권의 ‘한일협정 반대운동’에 동참했고, 1964년 백범사상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1974년에는 ‘유신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한 혐의(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됐다.
이후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6년에는 ‘부천 권인숙양 성고문 폭로 대회’를 주도하다 검거, 투옥됐다.
사회, 민중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백 소장은 1987년 수십 년 만에 이뤄진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백 소장은 연이은 군사정권을 막기 위해서 야권 단일화(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으나 끝내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5년 뒤 1992년 대선에도 무소속 민중후보로 출마했다.
이후 통일문제연구소(백기완 설립) 소장으로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이 외에도 소설(장산곶매 이야기 등), 수필집 등을 발표하며 작가로도 활동했다. 또 각종 기념식에서 불려지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쓰기도 했다.
2000년에는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맡았으며 같은 해 계간지 노나메기 발행인, 2010년 노나메기 고문을 맡은 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숙 씨와 성공회대 중국어학과 교수인 딸 백원담 씨, 백미담, 백현담 자매와 아들 백일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 오전 7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