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월성 원전 수사에 "사법적 판단 납득 안 돼" 檢 압박
靑, 월성 원전 수사에 "사법적 판단 납득 안 돼" 檢 압박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2.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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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백운규 영장기각… 檢 조사 수위 높이자 與 반발
"월성 1호기 대통령 공약 사항… 정부 주요 정책 과제"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9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9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성 원자력 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두고 청와대까지 검찰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여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을 통해 "청와대 지시 여부 등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월성 원전 1호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고,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선정돼 공개적으로 추진됐던 사안"이라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강 대변인의 이같은 의견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2018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고위 공무원에게 "월성 1호기를 당장 가동 중단 시킬 수 있도록 원전 관련 계수(係數·수치)를 뜯어 맞춰라, 한국수력원자력을 압박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한 반박이다.

일각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일부 행정관도 다른 산자부 원전 담당 공무원 일부에게 이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서 청와대의 직접적 개입은 알려진 것이 없었다. 지난 2018년 4월 초 월성 1호기에 대한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한 산업부 정모 과장에게 백 전 장관이 "너 죽을래,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질책한 것만 드러난 상황이었다. 백 전 장관이 이같은 말을 한 것도 청와대의 '즉시 가동 중단' 지시가 내려온 것을 보고 받았기 때문이란 게 관가 관측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는 법원이 백 전 장관 영장을 기각하고 한 시간 반쯤 뒤인 9일 새벽 2시경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긴 어려우나, 더욱 철저히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맞섰다. 수사반 안에선 영장 기각을 높은 강도로 반박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조사 수위를 높일수록 여권의 반발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정 총리는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백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과 관련해 "이런 사안이 어떻게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지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고, 취임 후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됐다"며 "경제성 평가라는 것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가 정책 방향성에 옳고 그름을 따지고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직자는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없다"며 "감사원은 감사원의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경우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정치 수사임을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비판해 왔다"며 "수사 시점으로 보나 배경으로 보나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수사"라고 힐난했다.

이어 "영장 기각을 계기로 검찰은 원전 안전 정책에 대한 정치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취재진이 '윤 총장을 향한 것이냐' 묻자 최 수석대변인은 "주도한 분 아니냐"고 답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 에너지(자원) 정책을 직접 목표로 하는 수사가 돼서는 안 되고, 그런 수사는 아닐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말로 백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