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핀테크, 장밋빛 전망보다 '소비자 보호' 먼저
[기자수첩] 핀테크, 장밋빛 전망보다 '소비자 보호' 먼저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2.09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건은 2주 전 금요일에 발생했다. 한참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던 와중에 휴대폰으로 통신사 소액 결제 문자가 한 건 날라왔다. 잘못 본 건가 싶어 무시하려던 찰나, 그 문자는 1초에 한 번씩 필자의 휴대전화 알림창을 두드렸다. 문자 한 건당 가격은 11만1000원, 결제처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누군가가 필자의 구글 계정을 해킹해, 결제 수단으로 등록해뒀던 핸드폰 소액결제 시스템으로 게임 아이템을 산 것이다. 5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60만원 가까이 결제가 이뤄졌다. 급히 통신사에 전화해 소액결제 시스템을 차단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유일하게 환불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곳인 구글 코리아 사이트에 접속해 환불 요청서를 작성했다.  

알고 보니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필자의 친구도 똑같은 일을 당했는데, 그 친구의 경우엔 결제수단으로 등록해뒀던 체크카드에 연결돼 있던 통장 잔액이 새벽 시간 동안 모두 털렸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친구는 카드 결제 내역을 문자 메시지로 받지 못했고, 해당 카드사가 이상 거래를 탐지하지 못하면서 사고 여부를 뒤늦게야 알아챘다고 한다.  

얼굴도 모르는 범죄자가 너무나도 괘씸해 직접 경찰서 사이버 범죄 수사팀에 방문 신고했다. 열심히 관련 증거물을 출력해 제출하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사건을 접수받던 담당 경찰은 대부분 범인이 우회 IP를 사용하면서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아 실제 검거가 어렵다고 답했다. 구글에 강경하게 소명해서 꼭 돈을 돌려받으시라는 게 거의 유일하게 의미 있었던 해결방안이었다고나 할까. 필자가 환불을 요청했던 구글 코리아 사이트에서는 환불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있을 뿐, 2주가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결제가 이뤄지는 플랫폼이나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통신사·금융사 모두 '소비자 편의'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다들 소비자 편의만 우선시하느라 소비자 보호는 뒷전이었다는 생각이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핀테크도 마찬가지다. '오픈 뱅킹'이나 '마이데이터'와 같은 금융 혁신이 하루가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취약한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사용자 편의 제고는 요원하다. 물론 소비자 역시도 보안 의식을 강화해야겠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 역시 이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여지를 최대한 차단하도록 해야 함이 마땅하다. 진정으로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핀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관계자 모두가 각성해야 할 때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