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벼랑 끝 호텔, 극복의 해 되길
[기자수첩] 벼랑 끝 호텔, 극복의 해 되길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2.0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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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 기사 헤드라인은 지난해부터 ‘코로나 쇼크’, ‘매출 폭락’, ‘줄도산’ 등 어두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내외 여행과 MICE(복합 컨벤션산업)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호텔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제회의업과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0% 급감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는 최근 지난해 전 세계 관광업계가 입은 손실은 무려 1조3000억달러(약 1453조원)에 달하고, 해외여행을 떠난 인구는 전년보다 74% 줄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찾는 여행객 규모는 84% 줄며 하락세가 가장 컸다.

UNWTO는 “2020년은 관광 역사상 최악의 해”라며 “글로벌 경제위기가 정점을 찍었던 2009년 당시 손실의 11배 이상”이라고 탄식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국내 호텔 톱(Top)2로 꼽히는 호텔신라의 실적은 참담했다. 최근 공시에서 지난해 1853억원가량의 영업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연간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매출액은 3조1881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불과 1년 전만해도 5조7000억원이 넘는 매출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호텔신라 외에도 호텔롯데와 신세계조선호텔, GS리테일 계열의 인터컨티넨탈, 한화 더플라자 등 대기업 계열 호텔들 처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엔 상대적으로 체력이 부족한 중소형 호텔들이 무너졌다면, 올해엔 중대형급 호텔들까지 경영난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강남 최초의 5성급 호텔로 알려진 쉐라톤 팔래스호텔은 지난달을 끝으로 40여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영업을 종료했다. 

특급호텔도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묘수를 쓰고 있다.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홈쇼핑 채널에 객실을 홍보하고, 호텔 뷔페를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하고 있다. 집밥 사업에도 손을 댔다. 품격 대신 실리를 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호텔업계는 올해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돼 국내 상황이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매출 비중이 큰 외국인관광객과 컨벤션 등 마이스 사업이 활기를 띠지 못한다면 회복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이 아직 많고, 국경 간 여행 장벽도 여전히 두텁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딱히 힘이 돼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최대 성수기였던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을 불과 며칠 앞두고 객실 절반을 무조건 비우라는 조치를 내렸다. 사전 협의도 없었다. 코로나19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지원책은 찾기 힘들다. 서울시에서 호텔 등 관광업계 1500개사에 긴급 생존자금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업체당 100만원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호텔업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업계에선 올해가 살아남느냐 무너지느냐의 중요한 기로인 만큼, 일단 버티는 게 급선무라고 한다. 올 한해 전망도 어둡긴 하지만, 내년 이맘때엔 ‘매출 회복’, ‘코로나19 탈출’과 같은 희망 섞인 헤드라인이 자주 보이길 기대한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