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들의 '취향 저격' 전략
[기자수첩] 카드사들의 '취향 저격' 전략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1.01.3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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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한번 확고하네"

며칠 전 분식집에서 떡만둣국을 주문하며 만두는 빼달라고 했더니, 같이 있던 지인이 던진 말이다. 만두를 뺀 이유는 물에 빠진 만두는 싫어해서. 요즘은 음식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사이트, SNS에서도 내 입맛대로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고객 입맛을 고려한 업권은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정조준하고 있다.

PLCC는 카드사와 협력 기업이 함께 설계하고 운영하는 카드로, 특정 기업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품 설계부터 수익, 영업비용 등을 카드사가 전담하는 제휴카드와 달리, 카드사와 업체가 카드 운용을 위한 모든 과정에 함께 한다.

얼핏 보면 제휴카드와 PLCC가 비슷해 보이지만, PLCC는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는 만큼 제휴카드보다 해당 기업 이용 고객을 위해 더 집중된 혜택을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PLCC에 가장 적극 나서는 곳은 현대카드다.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이마트 e카드'를 출시한 후, 본격적으로 PLCC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출시한 '스마일카드'는 출시된 지 30개월 만에 지난달 기준 발급 건수 100만장을 넘어섰다. 이후 스타벅스와 배달의 민족, 코스트코 등 기업과 PLCC 상품을 선보였다.

각 업계 1위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현대카드는 시장 점유율 순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3분기 신용판매액에서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우리·하나) 시장 점유율 순위를 보면 △신한카드 21.25% △삼성카드 18.30% △KB국민카드 17.64% △현대카드 16.31% △우리카드 9.43% △롯데카드 9.34% △하나카드 7.73% 순으로 나타났다. 1위 신한카드를 제외하면, 삼성·국민·현대카드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타 카드사들도 PLCC 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민카드는 내달 중 국민카드 최초로 커피빈 PLCC를 출시한다. 작년 롯데카드는 소셜커머스 위메프와 '위메프페이 롯데카드', 하나카드는 '토스 신용카드'를 출시하는 등 국내 카드사 7곳 모두 PLCC 상품을 내놨다.

신용카드는 지급을 대체하는 수단인 만큼, 사람들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밀접하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지갑 속 카드로 내 취향을 대변하는 시대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제 카드사들은 떡이고 만두고 어묵이고 일단 다 넣고 보는 게 아니라 떡이면 떡, 만두면 만두만을 넣은 소비자 취향을 빚는다. 앞으로 이용자의 취향을 얼마나 다양하게 담아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choi1339@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