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형법 중복 등으로 산업 혼란 초래"
"중대재해법, 형법 중복 등으로 산업 혼란 초래"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1.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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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중대재해처벌법 세미나' 개최…"폐업 위기 놓일 수 있어"
전국경제인연합회 간판.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간판.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을 받는 경영 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형법 등을 중복 적용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최고경영자(CEO) 처벌로 인한 폐업 위기 등 산업 현장에서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앞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나 사고로 근로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 게 골자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김용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세미나’에서 ‘중재재해처벌법 주요 내용 분석’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산업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산안법, 형법이 규정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3개 법 위반에 따른 경합범으로 가중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합범은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범죄를 범한 경우 적용된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주체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관계법령은 근로감독관이 수사하게 돼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될 때 노동관계법령에 대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수사 주체는 경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조물로 인한 중대시민재해 처벌 범위와 관련해 원료, 제조물 등의 생산, 유통, 판매자 모두 처벌받을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예를 들어 자동차 브레이크 결함으로 시민재해가 발생하면 실질적인 과실 여부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와 브레이크 제조사 등이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산안법은 산재 예방과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에 방점이 찍힌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말 그대로 처벌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기업들은 산안법보다 강화된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 법인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배동희 법무법인 세종 노무사는 안전보건 관련 자료 관리와 안전보건 관리체계·조직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 노무사는 기존 산안법에서 규율하는 각종 안전보건 자료와 관련해 “내부보고나 결재문서에서 흔히 실수하는 문서의 버전 관리, 특히 최종본을 명확히 해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현재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기존 환경보건안전팀(EHS; Environment, Health and Safety)을 나눠 환경 담당 조직과 안전·보건 담당 조직을 구성하고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에 인원과 예산을 보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인력운용 제한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약화, 수주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 CEO 처벌로 인한 폐업 위기 등 산업현장에서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