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은 통일대박, 文은 방역대박?… '공중누각' 우려 목소리
朴은 통일대박, 文은 방역대박?… '공중누각' 우려 목소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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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WEF 주최 '다보스 아젠다 韓 정상 특별연설' 참여
K-방역·뉴딜 자랑하려는데… 바이든 대치 시진핑·푸틴에 시선
다보스 포럼도 '코로나 청정국' 싱가포르서… 韓 성과 기대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과 맞물려 외교 무대에서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한국판 방역과 디지털과 친환경을 기치로 내세운 대공황 극복 정책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자평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7일 오후 세계경제포럼(WEF)가 주최하는 '2021 다보스 아젠다 한국정상 특별연설'에서 기조연설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서의 기조연설을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보건·의료 협력과 한국판 뉴딜 추진,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 동참과 한국에 대한 투자 유치 등을 강조할 예정이다. 질의응답은 △한국판 뉴딜 일반 △보건·의료 △디지털 뉴딜 △그린(친환경) 뉴딜 등 네 가지로 분류해 실시한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25일 밤에는 네덜란드가 주최한 '기후변화 적응 정상회의'에서 '그린 뉴딜' 성과를 공유하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WEF는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려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행사는 5월로 늦췄고, 장소도 스위스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장소를 바꾼 것은 2002년 9·11 테러에 대한 전세계적 연대를 상징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서 한 차례 실시한 이후 두 번째다.

다보스 포럼은 세계의 정계·재계·언론계·학계 지도자가 대거 참석해 '경제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권위와 영향력 있는 국제연합(UN) 비정부자문기구로 성장하면서 WEF 산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보고서' 등은 세계 경제 정책과 투자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국에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럼에서 연설한 바 있고,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월 23일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 SOC(사회간접자본)를 중심으로 대대적 투자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통일 대박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당시 뉴욕 타임스퀘어에선 '통일 대박' 광고가 붙기도 했다. 포럼 연설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친다는 걸 방증한다.

WEF는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유행)'이라는 여건상 본 행사를 미루고, 대신 화상으로 '다보스 아젠다 위크'를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진행하고 있다.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 대해 "WEF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세계 유력 기업과 국제기구, 각국 정부 인사 등이 참석하는 만큼 한국의 국제적 지도력을 제고할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번 연설로 국제사회 시선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5일 WEF 사전 화상회의 연설에서 "한 나라의 사회 체제는 그 나라의 상황에 맞는지, 국민이 지지하는지 등이 중요하다"며 "이념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시 주석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에 '독자 노선'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미국-중국 관계 향방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 주석이 다보스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건 지난 2017년 이후 4년 만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올해에야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은 시 주석 연설 후 곧장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은 지금 미국의 새로운 접근을 요할 정도로 안보와 번영 등에 중대하게 도전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전략적 인내를 갖고 새롭게 접근할 것"이라고 입장문을 내는 등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과 같은 날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도 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2009년 당시 총리 자격으로 실시한 이후 11년 만이다. 미국에서 새 내각이 들어선 후 강대국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국제사회 눈이 이들에게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방역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성과를 어느 정도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보스 포럼을 싱가포르에서 진행하는 이유는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점에서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화이자 백신을 아시아 최초로 들여 왔고, 현재는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안정적 상황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셈이다.

한 외교계 인사는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연설을 두고 "원론적 성과 보고와 자평에 그치지 않겠나"라며 "외국의 입장에선 (한국의 방역·정책과 관련해) '저런 경우도 있구나' 생각하는 수준이지 않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시행했고, 어떤 부분을 도입해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국형 방역과 뉴딜을 세계적으로 나타난 여러 제도 모형 중 하나로 보는 데 그칠 것이란 평가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