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절망으로 은행 찾는 청년 더는 없어야
[기자수첩] 절망으로 은행 찾는 청년 더는 없어야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1.25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을 돌이켜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처음에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던 마스크 쓰기가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됐고, 기분 전환을 위해 손꼽아 기다리던 휴가는 맘 편히 나가지 못하고 집에 콕 박혀 보내야 했다.

그 누구에게 작년이 즐거운 한 해로 기억에 되겠냐만, 가장 고통이 컸던 이들은 아마도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 그래도 좁은 취업문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안 그래도 적은 채용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채용을 하지 않은 기업도 있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연령별 취업자 수는 30대가 전년 대비 16만5000명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고, 20대도 전년 대비 14만6000명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 가장 큰 피해를 본 연령층은 청년들로, 코로나 영향으로 숙박과 음식 대면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취업난을 겪었다"고 말했다.

안정된 수입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계비를 마련하는 데도 문제가 생겼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상을 영위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곳은 은행이다. 생활비로 사용하기 위한 돈을 은행에서 대출하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청년층의 가계대출 규모는 40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주택과 주식 등에 대한 투자를 위해 대출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대출을 받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흔히 영끌이나 빚투를 위해 대출하는 청년들은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지만, 생계가 어려워 대출하는 청년은 하루하루가 살아가기 힘든 경우"라고 말했다.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해 대출을 선택하는 청년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코로나19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코로나가 정복되더라도 취업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일 것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또다시 은행 문을 들어서는 청년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청년들이 역량 개발을 통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하고, 하루하루가 절실한 청년에게 재원을 써야 한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