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e-런저런]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 신아일보
  • 승인 2021.01.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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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답게, 조금만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요” 한국에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 A씨는 ‘조금만 더’ 따뜻한 주거환경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샌드위치패널로 지은 가건물이었다. 보온과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방안 냉기가 스며드는 것은 물론, 곳곳에 새까맣게 곰팡이가 생겨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다. 또,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야외에 설치된 이동식 간이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열악한,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를 막기엔 역부족인 공간.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이렇듯 비닐하우스 안에 지어진 가건물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69.6%가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가건물에 살고 있다. 보일러와 전기장판 등 난방방치가 마련돼 있지만, 임시건물인 탓에 전기가 내려가는 고장도 잦다고 이주노동자들은 호소했다. 특히, 비닐하우스는 화재에도 취약해 전열 기구를 쓰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이러한 주거 실태는 지난 12월말 한 여성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안 숙소에서 홀로 숨지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비닐하우스 숙소를 제공하면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대책을 내놨고, 각 지자체들은 숙소 전수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는 가난했고, 누군가는 그 가난을 약점으로 이용했으며, 대다수는 그들의 현실을 외면했다. 흔히 ‘복지 사각지대’라고 일컫는 지점들은 정말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외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찮아서, 바빠서, 혹은 설마 무슨 일이야 생기겠나 싶은 안일한 마음 끝에 누군가의 생명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을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