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성희롱 논란 '더리터' 대표 슬그머니 복귀…2차 피해 우려
갑질·성희롱 논란 '더리터' 대표 슬그머니 복귀…2차 피해 우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1.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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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 전 대표, 2년도 안 돼 부인과 공동대표 올라
사명 '희천' 변경…“앞에선 상생경영, 뒤로 점주 우롱”
커피브랜드 더리터 BI. (해당 홈페이지 캡쳐)
커피브랜드 더리터 BI. (해당 홈페이지 캡쳐)

갑질과 성매매 제의 등으로 물의를 빚어 자리에서 물러난 커피 프랜차이즈 전 대표가 2년도 채 안 돼 슬그머니 공동대표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이 업체 대표는 사명을 바꾸고, 해당 가맹점에 커피 부자재를 납품하는 계열사의 대표까지 맡았지만, 가맹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가맹점주 기만과 우롱으로 2차 피해를 준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리터(ℓ) 커피’로 유명세를 타며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확대해온 커피프랜차이즈 ‘더리터’ 모회사 ‘주식회사 더(이하 더)’를 창업한 한정수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갑질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 사임했지만, 2년도 안 돼 경영에 복귀했다. 현재 ‘더’는 사명을 ‘주식회사 희천’으로 바뀌었고, 한정수 전 대표는 희천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10월 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본사 직원들에게 했던 부적절한 언행이 이유다. 한 전 대표는 본사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고, 일부 여직원에겐 성매매 제안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했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큰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관련 논란에 대해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사과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진화했다. 이후 당시 본사 가맹파트를 총괄한 김대환 상무가 ‘더’ 대표를 맡게 됐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더’는 현재 희천으로 사명이 변경된 상태다. 또, 희천은 단일대표가 아닌 김대환·한정수·김나미 공동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김나미 대표는 한정수 대표의 배우자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서 희천의 정보공개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4월까진 회사 상호는 ‘더’였지만, 같은 해 8월부턴 희천으로 바뀌었다. 현재 더리터 공식 홈페이지에도 상호명은 희천으로 변경된 상태다.

한 대표는 이뿐만 아니라 현재 더리터에 커피머신과 음료 파우더 등 부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인 ‘어니스트피노’ 대표도 함께 맡고 있다. 어니스트피노는 희천의 물류 자회사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정수 대표가 더리터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더리터는 부산지역 향토 프랜차이즈로 알려진 커피전문점 브랜드다. 2015년 부산대 1호점을 시작으로 가맹사업을 본격 시작한 이후 지난해 5월 300호점을 돌파했다. 

더리터는 꾸준히 몸집을 키우면서 지난 2019년 12월엔 부산시청 인근에 12층 규모의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더리터는 당시 대외적으로 “신사옥을 통해 가맹점주들의 신뢰를 높이고, 고품질 커피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더리터 신사옥은 운영주체인 희천의 법인 소유가 아닌, 한정수 대표의 배우자이자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김나미 대표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등기부등본 열람 결과, 해당 건물엔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총 55억6800만원 상당의 근저당권설정도 됐다. 이 건물 8층엔 희천, 자회사인 어니스트피노는 같은 건물 4층에 입주했다. 

이에 대해 더리터 매장을 운영했던 한 가맹점주는 “논란 당시 다수의 가맹점주들은 회사 운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단 한 대표의 약속을 믿고,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인한 유·무형적 피해를 모두 감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대표의 경영복귀와 사명 변경에 대해 여전히 많은 가맹점주들은 인지를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상생경영을 얘기하면서 뒤에선 가맹점주들을 속이고 우롱하면서 2차 피해를 준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신사옥은 엄연히 개인 건물임에도 마치 더리터가 많은 돈을 벌어 신사옥을 지은 것처럼 예비 창업주나 소비자를 호도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더리터는 한 대표의 경영복귀와 배우자의 신사옥 소유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정수 대표가 공동대표로 복귀한 것은 회사 경영·재무 차원에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더리터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회사 경영을 맡고 있긴 하나, 회사 자금 운용이나 은행대출 등에선 한계가 있다”며 “보증인 차원에서 한정수 대표가 공동대표로 올라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명 변경이나 신사옥 소유 관련해선 가맹점주에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따로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