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전자, '롤러블'로 매각설 벗어나라
[기자수첩] LG전자, '롤러블'로 매각설 벗어나라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1.01.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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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하면 호재 아닌가요, 접는 게 사실이면 상한가 가나요.”

최근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매각 루머가 나돌자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나온 말들이다. LG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지만 여파는 가시질 않고 있다. 적자가 지속된 탓이다.

LG전자 MC사업부를 둘러싼 이 같은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C사업부가 약 6년간 연속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작년 3분기까지 MC사업부의 연속누적 손실액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맏형겪인 가전사업이 승승장구 할 동안 스마트폰 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LG전자로선 억울할만하다. 스마트폰은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세상에 진입하는 일종의 열쇠다. 소비자 개개인의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은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해주는 필수품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고 가전 사업만 집중하는 건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사는 행위기도 하다. 이에 스마트폰 사업을 쉽게 접을 수 없다. 그러나 업계에선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포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LG전자가 끊이지 않는 MC사업부 매각설에서 벗어날 방법은 스마트폰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 첫 걸음은 롤러블 스마트폰이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화면을 늘렸다 줄일 수 있는 롤러블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롤러블 스마트폰은 수년 째 바형 디자인으로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폼팩터(형태) 변화를 일으킬 주역이다. 디스플레이를 말았다 펴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 같은 까닭에 롤러블 스마트폰은 화면을 접고 펴는 폴더블 스마트폰보다 두께가 얇아 대형화도 수월하다. 또 접히는 부분의 화면주름 걱정도 덜해 새로운 폼팩터로 적합하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르긴 어렵다. 롤러블 스마트폰만으로 LG전자 MC사업부가 회생하긴 힘들다. 소비자들에게 초기 롤러블 스마트폰 모델은 가격 대비 실용성이 떨어져 비싼 장난감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롤러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기본 6.8인치에 펼쳤을 때 7.4인치로 알려졌다. 2~3배 더 비싼 롤러블 스마트폰보다 일반 스마트폰에 태블릿을 구매하는 게 합리적이다. LG전자가 롤러블 스마트폰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면서 일반 스마트폰도 꾸준히 선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전제로 롤러블 스마트폰의 상품성이 입증돼야 한다. 잔고장이 잦거나 활용할 앱이 부족하면 시장에 제품을 먼저 내놓고도 외면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 사이엔 ‘모터 달린 건 LG’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다. 여기엔 ‘스마트폰은 제외’라는 문구가 추가된다. 마침 롤러블 스마트폰엔 화면을 늘렸다 줄이기 위해 초소형 모터가 주요 부품으로 필요하다. LG전자가 가전을 넘어 ‘전자제품은 역시 LG’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길 바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