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한은 총재 "아직 출구전략 고려할 상황 아냐"
[일문일답] 이주열 한은 총재 "아직 출구전략 고려할 상황 아냐"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1.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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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여건 고려 시 현 금리 기조 전환 언급은 '시기상조'
레버리지 일으킨 소위 '빚투'는 증시 조정 시 큰 손실 우려
이주열 한은 총재가 15일 진행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면)
이주열 한은 총재가 15일 진행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유튜브 화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의 출구전략 논의에 대해 실물경제 여건을 봤을 때 현재 고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이란 중앙은행의 자산매입과 기준금리 인하 등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사용했던 전통·비전통적 통화정책과 신용경색 해소를 위한 금융시장 안정대책 등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완화적 금융여건이 지속되면서 자산 버블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 미 연방준비은행(Fed·연준)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시점을 가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은 15일 열린 한은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기자들의 질문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답변이다. 

Q 최근 미국에서 테이퍼링 언급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일각에서는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의 금리 정상화 시점이 미국보다 앞설 수 있다고 관측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출구전략 논의는? 

현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 앞으로의 경기 회복 흐름에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 어려운 계층의 위험은 단 시일 내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실물경제 여건을 감안해보면, 한은의 여러가지 조치를 정상화한다든지 '금리정책 기조를 바꾼다' 등을 현재 고려할 상황은 아니다. 기조 전환과 관련한 언급은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준의 정책 변화 영향은 상당하지만, 이것이 일대 일로 매칭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정상화 속도는 국가별 여건과 상황에 따른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미국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오래 끌고 가는 것이 우리에게 상당히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부분은 있지만, 한은이 미국 기조에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완화 정도 축소, 정상화는 국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Q 코스피 지수가 최근 급등하면서 버블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일각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과정이고 자산 포트폴리오가 바뀌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자산가격 버블 논란에 대한 견해는? 

코스피는 기간을 나눠서 보면 11월 이후 상승세가 커졌다. 이후 추세가 지속되며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넘어섰다. 이렇게 주가 상승세가 지속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보면 신정부 들어선 것이 확정되면서 경기부양책이 타결됐고, 주요국들의 코로나19 백신이 작년 11월 경제 전망 시 예상 백신접종 시기보다 1분기 정도 앞당겨졌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성향이 높아진 흐름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 실적 개선 전망과 기대에 따라 주가가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버블이냐 아니냐 이런 문제는 사실상 투자자들의 위험추구 성향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타당한건지 등에 대한 판단이 전제돼야 적정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텐데 이를 사전적으로 판단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자산 가격의 버블은 아직 오래전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의의 대상인데, 사전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물론, 단지 버블이냐 아니냐 판단은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주가의 동향 같은 것을 지표를 보면 과거 이전에 비해서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려하는 부분은 (자산가격 상승이) 너무 과속하게 되면 조그마한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Q 올해 신년사에서도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괴리에 대해 '자그마한 충격으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자그마한 충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예를 들면,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완화적 기조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반영되고 있는 부분이다. 사전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일반적인 예상보다 가팔라지는 것, 백신 공급 차질 등이 있다. 이런 충격이 있다면 얼마든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바뀌면서 주가가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주가가 급격히 조정 받을 경우 이것이 미치는 지장 등에 대해 유의하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Q 자산가격 조정 등에 따른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리스크 정도는?

한은에서는 자산가격 조정 등 외부의 충격이 있을 때 금융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스트레스테스트'를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는 자산가격 조정이 어느 정도 있더라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복원력은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견해다.

Q 가계대출이 지난해 100조원 늘었는데, 가계대출 부실 위험은 없는지. 또 중앙은행 차원의 대안은? 

가계부채가 작년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가계부채) 이미 높은 수준에 와 있었다.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기 때문에, 가계 부실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실이 있게 되면) 거시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가계부채 우려는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작년 가계부채가 많이 늘었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금리가 이전에 비해 낮아졌고 대출의 평균 만기도 이전보다 장기화 됐다. 그래서 가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낮아진게 사실이다. 연체율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 시점에서는 가계부채의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는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이 혼자 힘으로 가계부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거시건전성 감독당국이나 정부 등 관계부처와 관리 방안을 같이 점검 및 협의하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Q 부동산에 이어 주식시장에도 자산 쏠림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신용을 동원해 진입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증시와 관련해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언론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라는 표현을 쓰는데,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 확대다. 이는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가격 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도 유발할 수 있어 우려하는 부분이다. 

투자는 감내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 투자자의 선택이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키는 것은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투자자들도 아마 이런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Q 시중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까?

유동성을 생산적 부문으로 이동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다. 사실상 여러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모든 경제주체의 같은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기업활동 촉진이다. 그 결과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쪽으로 도모하는 것이다.  

Q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국내 3번째 확산으로 본다면, 그 충격의 정도는 이전 두 차례 확산기에 비해서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지만, IT 부문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망치는 11월달에 했던 것(3% 내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