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료 VOD는 없다
[기자수첩] 무료 VOD는 없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12.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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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 간의 갈등을 지켜보던 중 생소한 소식을 접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이달 20일 OTT업계의 반발에 대응해 “각 방송사의 ‘다시보기’는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자사 방송물을 자사 누리집(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부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힌 것.

주말에 무료함을 해소하고 사실 확인도 할 겸 KBS MBC, SBS 등 방송사들의 플랫폼에 접속해봤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각 방송사 플랫폼에는 별도의 결제 없이 볼 수 있는 저화질 콘텐츠가 다수 있었지만, 광고는 필수였다. 10초 이상의 광고를 약 세 번 정도 봐야 본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었다.

문체부는 왜 광고가 붙은 영상을 무료라고 했을까. 이는 자신들의 행정처분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문체부는 OTT에게 기존 방송사업자보다 약 3배 높은 음악저작권요율을 매기는 ‘음악저작권료 징수규정’을 확정, 발표했다. OTT가 상업적 성격을 띤 만큼, 공공성을 지닌 방송사업자와 달리 요율을 매겨야 한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문체부의 이런 주장은 업계 전반에서 반발을 샀다. 공공성을 목적으로 제작된 콘텐츠도 유료 주문형 VOD형태로 판매되는 상황에서, OTT 서비스를 방송사업자의 ‘다시보기’ 서비스보다 상업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업자의 콘텐츠 대부분은 타 OTT 플랫폼에서 유통되기도 한다. 정부가 근거 없이 OTT 플랫폼을 차별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문체부는 ‘방송사업자의 다시보기는 무료’라며 반박한 셈이다.

문체부의 말 그대로였다면 방송사의 공공성은 확실히 인정된다. 그러나 광고가 붙은 영상은 공짜가 아니다. 구독료를 받지 않는 대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상업적 서비스다. 정식명칭은 광고 기반 주문형 비디오(AVOD)로, 업계가 주목하는 사업모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AVOD 서비스론 유튜브를 비롯해 투비(Tubi) TV와 플루토(Pluto) TV, 로쿠(Roku) 등이 있다.

업계 일각에선 오는 2022년 미국의 AVOD 시장매출이 SVOD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 같은 까닭에 미국 컴캐스트를 비롯해 폭스 등 미디어업계 공룡들은 관련업체를 인수하며 AVOD 시장에 뛰어들었고,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스마트TV 내 탑재된 AVOD 플랫폼의 채널수를 늘리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방송사 ‘다시보기’는 OTT와 수익구조면에서만 차이가 날 뿐, 상업적인 건 동일하다는 뜻이다. 디지털화로 사회 전반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부도 관행에서 벗어나 변화에 걸 맞는 정책을 내놨으면 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