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의 소통부재, 혼란만 커진 호텔
[기자수첩] 정부의 소통부재, 혼란만 커진 호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2.2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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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보통 연말은 설레는 크리스마스가 있고, 가족·지인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는 여러 모임과 행사들이 많다보니 호텔·리조트업계에선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연말 전후로 휴가를 쓰는 직장인들도 많아 호캉스(호텔과 바캉스) 수요가 집중되는 때이기도 하다. 호텔·리조트업계는 예년 같으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본업을 소홀히 한 건 아니다. 현장에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호텔·리조트를 찾을 수 있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방역조치를 하면서, 많은 혜택과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게끔 많은 공을 들였다. 소비자를 ‘기다리는’ 게 서비스업종 특성인 만큼, 현장 직원들은 힘든 내색을 감추고 웃음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보내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소비자 불만과 욕을 모두 감수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지만 소비자에게 연신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뜩이나 예전 같지 않은 대목인데, 현장에선 더욱 힘이 빠진 모습이다. 

이 모든 게 정부의 소통 없는 급작스러운 발표 때문이다. 정부는 크리스마스 사흘 전인 이달 22일 전국 숙박시설 객실 이용률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특별방역 강화조치를 발표했다. 1000명대로 급상승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어떻게든 낮춰보고자 나름의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그렇지만, 사전협의 없이 급작스러운 정부 발표로 호텔·리조트 현장에선 혼란만 남고 고통은 가중된 최악의 상황만 남게 됐다. 영세 숙박업체는 물론 롯데·신라·신세계조선·한화·이랜드 등 대형 호텔·리조트조차 예약취소와 환불 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준비할 틈이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계획된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해야 하니 당연히 화날 수밖에 없다. 호텔·리조트는 항의는 항의대로 받으면서 브랜드 이미지 악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판국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책임지거나 보상해주는 주체는 없다.

정부는 한 때 확진자가 수 명 내로 줄었을 당시, 오히려 최악을 대비해야 하는 플랜B를 마련하고 피해가 예상된 업계와의 소통 채널을 더욱 강화했어야 했다. 연말 성수기를 고려할 때, 적어도 한 달 전이라도 호텔·리조트업계와 소통을 통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뒀다면, 혼란은 최소화하면서도 소비자 불만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칠 수 있는 건지 걱정만 남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