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 넘은 민주당의 입막음
[기자수첩] 도 넘은 민주당의 입막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2.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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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1일 고 감용균 씨 사고와 관련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이낙연 대표는 "소신껏 발언하되 밖에 그 발언이 나갈 때 당 전체에 어떤 인상을 줄 지 고려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특정 인물이나 사례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일차적으론 박 최고위원 등에게 주의를 준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대다수다.

지난 8월 말 박 최고위원을 여의도로 데려온 건 이 대표였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당시 "청년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소통하고, 당에 건의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고, 이 대표 역시 "청년과 여성이 당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나의 거듭된 약속을 이행해 가는 것"이라고 부각했다. 이같은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이 대표의 이번 당부는 사실상 입을 닫으라는 것에 가깝다.

전임 이해찬 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이 부상하자 "윤석열 이름도 꺼내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이낙연 대표가 전철을 밟는 것을 보면 현재 민주당이 얼마나 위기에 처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당 안에서의 입막음은 도를 넘어 국민의 표현의 자유까지 틀어막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 본회의에선 야당이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대북전단 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시전했지만, 결국 강제로 가결시켰다.

이후 국제사회에서까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 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초 관련 청문회 개최를 예고했다. 또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국제연합)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마이클 커비 전직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등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뤘던 전·현직 인사도 표현의 자유 침해를 공개적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야당을 힘으로 저지한 것처럼 나라 밖 우려에도 힘으로 맞설 기세를 보이고 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옛말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급기야 여당은 이 대표 주재로 '북 접경지역 주민대표 간담회'를 열고 지역민을 국회로 불렀는데, 주민은 최종환 파주시장과 강주석 신부, 박흥렬 강화시민회의 공동대표 3명이었다. 접경지 안전을 명분으로 내걸며 주민을 방패막이로 삼았지만, 반대로 표현의 자유와 북 인권을 우려하는 다른 접근법에 대해선 부정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피력했다. 한마디로 내 편은 국민이고, 내 편 아니면 남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여권의 인식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 SNN 방송에서 대변했다. 강 장관은 지난 16일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이지 않다"며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원리가 있지만, 수정헌법 1조는 △종교의 설립을 주선하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방해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막거나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정부에 대한 탄원의 권리를 막는 어떠한 법 제정도 금지한다.

반면 여당이 통과시킨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은 위법성 요건이 '생명과 안전 위협' 등으로 추상적이다. 앞서 데이비드 케이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개인이 행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정을 대중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들에게 재량을 부여해선 안 된다고 한국 정부에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선 '5·18 왜곡 처벌법'도 여전히 논란의 선상에 있다. 현재 일부 여당 의원은 제주 4·3 항쟁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도 처벌해야 한다는 법안도 발의했다. 이같은 기세라면 본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의석 수로 저지한 것은 물론 아예 필리버스터 폐지법을 들고 나오는 것도 가능할 것이란 위기감이 엄습한다.

김대중 정부의 국정상황실장 출신 장성민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반미·반일로 나타나는 반외세 노선을 민족 자주와 민족 해방 실현으로 보는 현 민주당 주류의 비뚤어진 관념이 민주주의 한국을 독재 정권으로 돌려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표현의 자유를 본격적으로 묻을 도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아닐까 싶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