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뻔하지 않은 공공주택을 향한 도전
[기자수첩] 뻔하지 않은 공공주택을 향한 도전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12.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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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公共)'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으면 지극히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공공기관이나 공공사업, 공공장소 등은 이런 이미지를 준다. 특정 개인이 아닌 보편적 국민을 대상으로 돌아가는 영역이라 그럴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주택 정책과 함께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공공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주거복지의 핵심에 있는 공공주택은 그동안 물량과 공급 측면에서 평가받아왔다. '얼마나 많은 공공주택을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공급하느냐'가 주된 과제였고, 관심사였다.

쉽게 말해 자력으로 살 곳을 마련하기 어려운 계층에게 거주 공간을 제공하면 그것으로 역할을 다 한 것으로 인식됐다. 현 정부가 내놓은 주거 안정 대책에서도 공공주택은 물량 확대를 위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물량을 확보를 위해 호텔 공실을 활용하냐 마냐를 두고 한바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듯 공공주택은 여느 공공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다수를 위한 보통의 것으로 인식되고 다뤄진다. 

그런데도 공공주택의 한편에서는 뻔함을 거부하는 노력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오랜 기간 양에 맞춰진 시선을 질로 옮기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주거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일정 규모 이상 공공주택 설계안을 현상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여러 건축사사무소가 공모 대상 사업지에 대한 설계안을 제출하면 그중에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설계권을 주는 방식이다.

LH가 사업지 특성을 고려해 큰 주제와 과제를 제시하면 건축사들이 저마다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사업지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는 솔루션과 함께 설계안을 내놓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민간아파트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도전적 설계가 탄생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디자인의 다양성과 차별화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면서 "공공주택은 뻔하다"라는 공식은 감히 대입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설계공모 당선작들을 펼쳐놓고 보면 오히려 '공공주택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새롭다. 올해도 많은 공공주택 설계안이 집의 형태와 주거 양식에 새로움을 부여했다.

공공주택은 이제 단순히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미래 주거 문화를 제시하는 것까지 역할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민간 주택시장이 "집이 적냐 많냐" "비싸냐 싸냐"에 몰두해 있을 때, 다행히도 공공의 영역에서는 주거와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공공'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만큼 여론의 평가는 인색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간 뻔함을 버리려는 도전을 지켜본 기자는 마땅히 우리나라 공공주택을 응원하고 싶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