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도 자신한 농심 ‘쿡탐’ 애물단지 전락
신동원도 자신한 농심 ‘쿡탐’ 애물단지 전락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2.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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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스낵 역대 최고 매출 견인…HMR만 부진
경쟁사와 달리 OEM, 투자·마케팅도 찬밥신세
서울의 모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농심 간편식 ‘쿡탐’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의 모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농심 간편식 ‘쿡탐’ (사진=박성은 기자)

농심 가정간편식(HMR)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간편식을 지목하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사업 4년차인 현재 농심의 간편식 사업은 라면·스낵과 비교해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라면과 스낵 등 주력사업 호조로 올해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간편식 사업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농심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집밥 소비 증가와 함께 신상품들이 호응을 얻으며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5%가량 늘어난 2조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30% 급증했다. 농심 라면과 스낵의 내수 점유율은 올 3분기 기준 55.4%, 31.1%(닐슨 조사)로, 관련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증권업계에선 농심의 올해 매출액을 전년보다 15% 안팎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2조6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농심이 야심차게 선보인 가정간편식 ‘쿡탐’ 사업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농심의 간편식 매출은 사업 첫 해인 2017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50억~70억원대(업계 추정치)를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3분기까지 라면사업에서 벌어들인 1조5774억원(내수·수출액 합산)의 겨우 3~4%대 수준이다.  

‘요리를 탐한다’라는 콘셉트의 쿡탐은 농심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의 높은 성장가능성을 보고 론칭한 브랜드다. 지난 2017년 2월 이(e)커머스 G마켓을 통해 제품을 출시한 후 현재는 주요 온라인 채널은 물론 대형마트·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쿡탐은 첫 론칭 이후 매년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현재 국물라볶이와 전골, 국밥 등 20여종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 냉동밥 4종을 제외하곤 모두 상온간편식으로, 짜파게티·오징어짬뽕·새우깡 등 농심의 스테디셀러와 접목한 라볶이와 국탕찌개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농심은 쿡탐을 시장에 선보일 당시, 50년 이상의 면 제조와 국물맛 노하우, 기업 브랜드 파워를 지렛대 삼아 간편식 사업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박준 농심 부회장은 쿡탐 론칭 이듬해인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정간편식에 중점 투자할 수 있도록 국내외 생산설비 최적화와 경영 인프라를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너 2세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농심은 맛을 잘 내는 기업이기 때문에 가정간편식 사업도 잘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쿡탐은 농심이 면과 국물 맛에선 국내 최고 기업을 자부한 만큼, 간편식 사업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묻어난 제품인 셈이다.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신아일보DB)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신아일보DB)

이와 관련해 농심은 쿡탐의 정확한 매출을 함구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간편식(쿡탐) 매출은 라면과 스낵, 음료를 제외한 기타부문에 잡히는데, 비중이 아직 작은 편”이라며 “올해 매출은 제품 리뉴얼·구성 정비로 전년보단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진 간편식 시장에서 여러 테스트를 시도한 것으로 봐주면 좋겠다”며 “앞으로 농심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와 조미기술 등 핵심역량을 더해 다양한 간편식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떤 브랜드의 간편식 반응이 좋은지 알아보려면, 마트 매대를 보면 안다”며 “보통 제일 좋은 자리에 CJ와 동원, 오뚜기 등이 차지하고, 농심은 소비자 눈높이에서 먼 매대 하단에 주로 위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심은 라면·스낵과 달리 간편식 마케팅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국내 간편식 시장은 CJ제일제당을 필두로 동원F&B·오뚜기·대상 등 여러 식품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농심이 집중하고 있는 국탕찌개류 시장은 올해 3000억원대로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국탕찌개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올 8월까지 1400억원의 매출로 1위를 기록했고, 지난 5월 본격 진출한 동원F&B는 연말까지 목표한 매출 500억원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농심은 경쟁사와 달리 쿡탐 전 제품에 대해 직영이 아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농심이 간편식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지만, 라면·스낵과 비교해 인프라 투자에 인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