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계자들
[기자수첩] 후계자들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0.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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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27명의 왕 중 맏아들의 왕위계승은 7명에 불과했다.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순종.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단명 또는 재위기간이 짧거나 심지어 폐위됐다. 7명의 왕 중에서 유일하게 재위기간을 길게 가져가며 탄탄한 정치를 한 왕은 제19대 왕 숙종 단 1명 뿐이다.

장남이라고 쉽게 왕이 된 게 아니다. 또한 왕위에 올랐다 해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현재 재계는 오너 2~4세로 경영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오너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4대 그룹 삼성, 현대차, SK, LG는 후계구도가 마무리됐다.

그렇다면 숙종처럼 효종-현종-숙종으로 이어지는 3대 장자 프리미엄을 안은 총수는 누구일까?

삼성은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진 구도다. 하지만 고 이건희 회장은 셋째였다. 능력으로 오너 자리에 올랐다. 그래서일까? 이건희 회장은 살아생전 유일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을 공식 후계자로 책봉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개석상에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 등 딸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후계자 경쟁구도를 만드는 모습을 자주 보였던 게 사실이다.

SK는 최종건-최종현-최태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 최종현 회장은 차남이다. SK그룹 창업자 최종건 회장의 동생이다. 즉 창업자 직계라인이 아니다. 큰아버지는 폐질환, 아버지는 폐암으로 별세하면서 빠르게 총수 자리에 올랐다.

LG는 구인회-구자경-구본무-구광모로 벌써 4세 시대를 열었다. 장남 승계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은 직계가 없었다. 결국 2004년 동생 구본능의 장남인 구광모를 양자로 입적시키며 후계구도를 이어갔다. 실제 족보상으로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조카다.

현대차는 정주영-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진다. 3대째 장자 승계를 이어간 숙종 프리미엄이다. 4대 그룹 중 유일하다. 게다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살아 있음에도 올해 회장 자리에 올랐다. 상왕까지 등에 업었다. 정의선 회장이 다른 그룹과 달리 여유롭게 인사를 진행하는 이유로도 보여진다.

실제 삼성, SK, LG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빠른 인사로 체제를 구축한 반면 현대차는 새해를 앞두고도 아직 인사를 발표하지 않는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이건의 회장의 49재(사십구재)를 마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인사에서 10년을 함께 할 사장단을 만들었다. 최태원 회장은 40대 사장을, 구광모 회장은 30대 임원을 내세우며 자신에 맞는 ‘젊음’을 앞세웠다.

숙종은 장자 프리미엄을 앞세운 것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업적을 남겨 조선에서 2번째로 재위기간이 긴 왕이 됐다. 현재 기업 활동의 근간이 된 화폐 주조사업을 본격화한 것도 숙종이다. 기업의 재위를 이어받은 오너 2~4세들이 숙종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단명 군주가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다.

kja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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