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이탈 막고·비용 줄인다"…'제판분리' 카드 꺼낸 보험업계
"설계사 이탈 막고·비용 줄인다"…'제판분리' 카드 꺼낸 보험업계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12.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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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개발 여력 확대·고용보험료 추가 지출 부담 해소 기대
자체 시장점유율 감소는 '우려'…설계사는 지원 축소 '걱정'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생명 본사. (사진=신아일보DB)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생명 본사. (사진=신아일보DB)

보험업계에서 자회사형 GA를 설립해 상품 개발과 판매 채널을 분리하는 제판분리 움직임이 일고 있다. 판매 가능 상품 범위를 넓혀 설계사 이탈을 방지하고, 고용보험 의무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판매 기능을 떼어내고 상품 개발에만 집중한다는 목적도 있다. 다만, 원수 보험사 입장에서 자체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채널이 없어져 시장점유율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과 GA로 이동한 설계사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고민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내년 3월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로 자사 FC(보험설계사)와 CFC(복합재무설계사) 등 전속 설계사 3300여명을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하고,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 전속설계사와 사업가형 지점장 등을 이동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객별 특성에 맞춘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해 제공할 방침이다.

보험사가 보험상품에 대한 개발과 판매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가 판매 채널을 모두 외부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을 '제판(제조-판매)분리'라고 말한다. 보험사는 전속 설계사를 자회사형 GA로 이전하고, 원수 보험사는 오직 상품 개발에만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제판분리를 통해 설계사 이탈을 막고, 고용보험 의무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의 경우, 소속 보험사 상품만 판매해야 하는 제약이 있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GA로 이탈이 많은 편"이라며 "자회사형 GA를 설립해 제판분리를 한다면 보험설계사 이탈을 방지할 수 있고, 설계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난 9일 국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도입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보험사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며 "제판분리를 통해 원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판분리로 인해 설계사들이 GA로 이동하면, 원수 보험사에 있을 때보다 지원 폭이 좁아져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보험설계사노동조합 관계자는 "원수 보험사에 소속돼 있을 때 받았던 다양한 지원을 GA로 가게 됐을 때, 설계사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개인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비용이 많은 편"이라며 "일부 GA에서 발생하는 관리자들의 갑질 문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GA 업계 한 관계자도 "설계사 입장에서 제판분리를 하게 되면,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해야 하므로 전문성 있는 지식을 추가로 습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자사 상품을 전담해서 판매할 조직이 없어져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다른 보험사들도 제판분리를 고민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4일 자회사형 GA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했다.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를 신중히 검토하는 중이다.

신한생명은 지난 8월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하고, 지난달에는 대형 GA 중 하나인 리더스금융을 인수했다. 앞으로 자회사형 GA 규모를 확대하면서 전속 설계사 채널과 자회사형 GA를 모두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또, 현대해상은 채널경쟁력강화 TF를 통해 자회사형 GA 설립에 대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손보도 자회사형 GA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