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배 지략 통했다…대상, 세계 곳곳 깃발 꽂는다
임정배 지략 통했다…대상, 세계 곳곳 깃발 꽂는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2.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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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뚫고 식품·소재 수출 '순항', 글로벌 매출 15% 성장세
베트남 4번째 생산기지 '하이즈엉' 앞세워 매출 10배 확대 목표
중국서 간편식·소스류 생산하고, 내년 상반기 미국 김치공장 가동
임정배 대상 대표. (제공=대상)
임정배 대상 대표. (제공=대상)

임정배(59) 대상 대표는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차근차근 갖추고 있다. 올 들어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력인 김치 수출이 상승 곡선을 그린 가운데, 해외 신공장 건립과 유통채널 확장, 포트폴리오 강화로 영향력을 넓히는 모양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상의 글로벌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3분기 누계 연결기준 글로벌 매출액은 78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식품과 소재 수출액은 각각 1316억원, 304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약 33%, 5%가량 증가했다. 

대상은 식품과 소재 부문 모두 지난해 수출액을 경신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 매출액 3조원 첫 돌파가 유력하다. 

임 대표는 올해 각자 대표 체제에서 단독 대표가 된 이후, 글로벌 사업 확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상이 자신 있는 식품과 소재에 공격적인 투자로 내수에서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면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해외법인과 생산기지를 안정화하고, 국가별 차별화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 들어 베트남·중국 등지에서의 해외생산기지 확대와 미국 김치공장 설립 추진, 중동지역 판로 확장은 임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잘 드러나고 있다. 

대상은 지난 10월 베트남에 하이즈엉 공장을 준공했다. 하이즈엉 공장은 대상이 15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베트남 식품사업 확대의 전초기지다. 대상 이름을 건 베트남의 4번째 생산기지이자, 첫 상온식품공장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는 떡볶이 등 한식 간편식(HMR)과 소스류, 김 등 5개 품목을 중점 생산한다. 대상의 글로벌 브랜드 ‘청정원 오푸드(O’Food)’ 론칭도 했다. 베트남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류와 한식에 대한 관심이 크고, 식문화가 개방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세웠다. 

지난 10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대상의 베트남 4번째 생산기지 ‘하이즈엉 공장’ (제공=대상)
지난 10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대상의 베트남 4번째 생산기지 ‘하이즈엉 공장’ (제공=대상)

대상은 그간 벳찌·떠이닝·흥옌 등 세 곳의 공장에서 조미료와 물엿, 육가공을 제조해왔다. 하이즈엉 공장을 통해 편의식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베트남 식품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게 됐다. 매출액도 2030년까지 지난해 1433억원 대비 10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중국에선 앞서 9월 연운항공장 준공·생산 허가를 받고, 10월부터 편의식품과 김치, 소스류 생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250억원이 투자된 연운항공장은 연간 생산능력(CAPA)은 2만톤(t) 규모다. 대상은 연운항공장을 앞세워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컵떡볶이·냉장면류·한식 밀키트(Meal-kit, 식사키트) 등 성장 가능성이 큰 간편식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활성화된 중국 온라인시장 특성을 고려해 이(e)커머스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기존의 알리바바·징동닷컴 외에도 틱톡·콰이쇼우와 같은 새롭게 뜨고 있는 인기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해 간편식 마케팅을 확장 중이며, 왕홍을 앞세운 라이브 커머스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또, 내년 상반기 중에 미국에서 종가집 김치와 고추장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할 방침이다. 지난해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재 공장을 조성 중이다. 미국에서 한국김치 소비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더욱 공격적으로 김치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김치의 미국 수출액은 2015년 600만달러(약 65억원)에서 지난해 1480만달러(161억원)로 4년 새 두 배 이상 늘었고, 올 3분기 기준 1750만달러(190억원)로 이미 지난해 수출액을 넘어섰다. 미국에 수출되는 김치 절반은 대상 종가집이 맡고 있다. 대상의 김치 수출은 북미시장 호조에 힘입어, 올 3분기까지 전년 동기보다 37% 늘어난 4700만달러(510억원)에 달한다.

대상 종가집 김치 수출용 제품. (제공=대상)
대상 종가집 김치 수출용 제품. (제공=대상)
카타르의 대형마트 ‘까르푸’에 입점된 대상 종가집 김치와 간편식 제품들. (제공=대상)
카타르의 대형마트 ‘까르푸’에 입점된 대상 종가집 김치와 간편식 제품들. (제공=대상)

최근에는 카타르·이라크의 대형유통채널에 종가집 김치와 두부, 청정원 장류, 조미김 등 다양한 품목을 입점하며 중동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상은 카르푸 등 주류 유통채널에 다양한 품목을 공급하며 종가집과 청정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요르단 등 중동의 또 다른 핵심 중동국까지 진출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해외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널 'Ask Savorista'를 지난달 개설하며,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상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기존 진출국에선 김과 소스류, 간편식과 같은 주력 제품을 집중 육성하고, B2B(기업 간 기업거래) 시장 진입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미국과 유럽시장은 주류 유통채널을 공략하며 글로벌 식품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