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주 가던 공원 곳곳에 진입금지선이 쳐지고 공사가 시작됐다.
산책로를 덮고 있던 우레탄 일부가 뜯겨지고 보도블럭으로 바뀌고, 공원 중앙 광장의 보도블럭들도 새것으로 교체됐다. 또 산책로 한쪽에는 군데군데 설치돼 있던 벤치들이 철거돼 쌓여있었다. 벤치 일부를 새것으로 교체할 모양이었다.
하지만 철거된 벤치 대부분은 전혀 하자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무로 된 등받이와 앉는 부분도, 철제 다리도 멀쩡해 굳이 새것으로 교체할 이유는 없어보였다.
특히 이 공원은 올해 여름 한차례 환경정비 공사가 진행됐고, 당시 산책로에 새로 깔린 우레탄 일부가 보도블럭으로 교체되고 있었기에 ‘세금 낭비’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에 산책로를 걷던 한 어르신은 “올해 돈 다 쓰느라 이러지 뭐. 이번 달까지 다 써야 되니”라며 혀를 찼다.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연말 이 같은 광경은 익숙하다. 당해에 배정된 예산이 전부 집행되지 않고 남으면 다음년도 예산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매년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을 겪고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한 올해, 길가에 널브러진 멀쩡한 벤치에 유독 눈살이 찌푸려진다.
물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미리 시설물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멀쩡한 벤치를 교체하는 일이 누군가의 생계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19 피해 극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얼마나 많은 돈이 쓰였는지 보다 적재적소에 배분됐는지 살펴야할 때다.
/권나연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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