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귀태' 공수처, 태어나지 말았어야
[기자수첩] '귀태' 공수처, 태어나지 말았어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2.09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의 '귀태 정부' 발언이 논란이다. 지난 8일 배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 이 순간 온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 문재인 정권"이라고 비판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귀태(鬼胎)'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을 일컫는데, 배 대변인은 "국민을 현혹해 제 배만 불리는 이 혁명 세력은 정권으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여당에선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배 대변인 표현을 두고 "저잣거리 욕설에 가깝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운영·설치법 개정을 두고 뭉그적거리던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이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다시 폭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행태는 '민주'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독재적이었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선 백혜련 의원을 위원장으로 일방적으로 선출하더니 곧바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 취재진을 다 내보내더니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당초 예정한 낙태죄 관련 공청회를 패싱(무시)하고 공수처법을 첫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토론을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표결 전 의결해야 할 비용추계도 건너뛰었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에는 김남국 의원이 되려 "야당이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다소 황당한 실언을 내뱉기도 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결국 시간끌기에 불과, 공수처는 결국 출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당초 여당이 만들고 여당이 바꾼 '조령모개(아침에 명령을 내리고 저녁에 바꾼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의 야당 비토(거부)권 무력화가 핵심 내용이다. 야당 비토권 삭제는 공수처 독립성과 중립성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여야 합의로 출범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수처는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보다 더한 공포정치의 도구로 사용될 공산이 크다. 국회가 만든 것이 아닌 여당이 만든 공수처라면 애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귀태 조직이었다.

야당 측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 받았던 석동현 변호사는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기관"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 없이 출범한 공수처가 앞으로 정권 유지와 탈환에 어떻게 이용될진 불보듯 뻔하다.

한편 낙태죄 관련 공청회는 여당의 독주 무대로 변질되면서 '졸속' 행사로 전락했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적지만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낙태죄 폐지 대체 입법도 '낙태 합법'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태어나야 할 아기는 지우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공수처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의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자리에서 일어나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의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자리에서 일어나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