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켜낸 시민연대
[기고 칼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켜낸 시민연대
  • 신아일보
  • 승인 2020.12.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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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조각상으로 여성단체들이 모여 구성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정기 ‘수요시위’의 1000회를 기념하여 2011년 12월14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최초로 설치된 이래 해외에도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대만 등 세계 각지에도 세워지게 되었으며, 유럽에는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 공원에 일본의 범죄를 알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문제는 독일 베를린시(市)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도 미테구(區)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신청하여, 2019년 7월 설치 허가를 받아, 2020년 9월 말 미테구(Bezirk Mitte) 거리에 세웠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 주(州)정부에 항의하자 미테구는 2020년 10월7일 철거 명령을 내렸고, 이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였고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여 일단 철거명령이 보류된 상황에서, 12월1일(현지시간) 미테구의회는 녹색당과 좌파당이 공동 발의한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미테구의원 29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4명, 반대 5명으로 통과시켰다는 외신은 쾌보(快報)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쾌거(快擧)의 이면에는 베를린 시민사회의 반발과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의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투쟁이 큰 역할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서울 성북구 계성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나유정 양과 진영주 양은 최근 독일 베를린 미테구 주민들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성북구청 직원들과 관내 26개 초·중·고교 학생들과 함께 소녀상 철거를 막아준 독일 주민들에 보내는 감사 편지 쓰기에 나섰고, 미테구 소녀상 철거명령 중지 가처분 소식이 전해진 2020년 10월 계성고등학교 학생들은 ‘고마워요 독일 국민’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접한 주변 학교 학생들이 동참하면서 릴레이처럼 확대된 것이다. 그렇게 모인 편지는 무려 3600통이나 된다. 성북구는 이 편지들을 독일 미테구로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독일 미테구의회의 결의안 채택을 직시하고 그들이 자행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을 크게 깨달아야 한다. 독일과 일본은 둘 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戰犯國家)이지만 과거사 청산에 있어선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독일은 1970년 12월7일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있는 위령탑 앞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를 맞으며 과거의 잘못에 용서를 빌고 흐느낀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있었고, 종전 70주년이던 2015년 독일 최초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였던 다하우 수용소를 방문해 “희생자, 우리 자신,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결코 역사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반성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9년에도 약 110만 명의 유대인 학살이 자행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를 찾아 “책임을 인식하는 것은 독일의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고 했으며, “어떤 말로도 이곳에서 비인격적 처우를 받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한 많은 사람의 슬픔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렇듯 독일인들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반복된다’라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과거사 청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반면에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전쟁 기간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여태껏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평화의 소녀상 설립 방해 외교를 감행한 것은 일본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수준을 짐작하기에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 

소녀상의 존치 의미는 독일 미테구의회 틸로 우르히스 의원의 “평화의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여성에 대한 일본군의 성폭력이라는 구체적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라고 했으며, “전쟁이나 군사 분쟁에서 성폭력은 일회적인 사안이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로,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의안설명에 고스란히 농축되어 있다. 한국인도 아닌 독일 구의원의 진정 어린 절규와 외침을 일본은 마땅히 부끄럽게 새겨들어야 함은 뮬론 대오각성(大悟覺醒)하고 크게 반성해야 한다.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말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현존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역사는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미래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모든 순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소녀상의 설립과 철거를 둘러싼 최근의 일을 바라보며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국가와 민족만이 생존하리라 굳게 믿는다. 일본은 자만에 사로잡혀 또다시 역사 앞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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