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기관 '코레일테크'의 자질
[기자수첩] 공공기관 '코레일테크'의 자질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12.06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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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익 코레일테크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취임사를 통해 "2020년은 코레일테크가 앞으로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미래 철도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할 실력이 있는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관리체계 강화 △상생 노사문화 구축 △재무구조 건전성 강화 △미래성장 동력 확대 노력이라는 네 가지 경영 방향과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테크는 지난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철도차량 정비조직 인증'을 득하고, 지난 8월에는 노사 간 2020년 임금협약을 원만히 체결하는 등 조직 안팎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성과를 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4500명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며 몸집을 키운 이 회사는 철도 기술 분야에서 갖게 될 무게감이 점점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임재익 대표 자신이 말했듯 급변하는 시기에 놓인 코레일테크에 대한 자질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업무 특성상 국민 안전과 연관성이 깊으면서도 말 많고 탈 많은 철도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해내려면 방향 설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코레일테크가 앞으로 어떤 조직 문화를 만들지 가늠할 수 있는 사건 하나를 살펴봤다. 수년 간 묵은 사건이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다.

부서 동료들 간 갈등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연차휴가를 제한한 상사가 법원으로부터 벌금형까지 받는 등 당사자들 서로에게 적잖은 상처를 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조직에서 구성원 간 크고 작은 갈등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그 속내까지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건 자체를 깊게 얘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런 갈등에 대처하는 경영진의 자세는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법원의 판결문상 사건의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자신들을 괴롭힌 상사와 한 공간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그러면서도 회사 안에서는 괜한 분란을 일으킨 골칫거리 취급을 받는 것 같다며 억울해 했다. 이들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받고, 가해 상사와 분리된 공간에서 정상적으로 일하길 바랐다.

하지만,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는 코레일테크 사측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법적으로는 물론 내부 사정으로도 직원들을 고통에서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묵은 사건의 당사자들은 처음 문제를 제기한 지 2년이 지난 싸움에서 아직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징계를 받은 가해자를 다른 부서로 이동 조치하면 같은 사건으로 두 번 처벌하는 꼴이 된다는 게 회사가 설명하는 법적인 한계다. 그러나 꼭 징계 차원 인사 발령이 아니더라도 구성원의 능력과 사정에 따라 더 적합한 자리를 찾아 주는 것은 경영진의 당연한 역할이다. 국내 대부분 공공기관 직원들이 수시로 부서를 옮겨가며 일하고 있다. 처벌 개념으로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코레일테크는 또 사건 당사자들이 철도기관 공동사옥 시설관리 중 가장 중요한 기술 업무를 하고 있고,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핑계를 댔다. 대체 얼마나 희귀한 일이길래 공공기관에서 대체불가라는 얘기까지 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중요한 부서의 팀웍이 이 지경이 됐다면 더욱 시급하게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맞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직장인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펴왔다. 코레일테크의 모회사인 한국철도공사는 최근 3만 임직원이 참여하는 윤리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부정부패·괴롭힘·성 비위 근절을 외쳤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고통을 눈앞에 둔 코레일테크는 공공기관으로서 어떤 고민과 선택을 해야 할까? 임 대표의 말처럼 코레일테크는 중요한 시험대에 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