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e-런저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11.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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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던 수많은 약속들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한 요즘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00명대에서 500명대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설마했던 3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방역당국에서 아침저녁으로 모임 자제를 호소하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고 있으니 수많은 모임과 회식, 송년회가 고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국의 호소대로 모임을 연기하는 분위기다.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소모임까지도 위험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모임을 강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나 젊은층에서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결혼 3년차인 주부가 올린 글이다. 남편의 학창시절 친구들 모임에서 연말마다 1박2일로 놀러가는데 올해는 상황이 이러니 부부동반은 안하고 남자들 10명이 호텔방을 잡아서 밤새 술을 마시고 놀겠다는 것이다.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이 글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남편을 옹호하는 댓글과 비난하는 댓글이 동시에 달렸는데 ‘1년에 딱 1번 모이는 것이고 늘 해왔던 전통이라면 보내줘야 한다. 다행히 자기들끼리 방 잡아서 논다고 하니 감염 위험이 적은 것 아닌가. 보내줘도 된다’는 내용과 ‘절대 안된다. 이런 시국에 모이려고 하는 사람들 머릿속이 궁금하다. 3명만 모여도 감염 위험이 있다는데 전국 각지에서 10명이 모인다고 하면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더구나 애도 있는 아빠가 이렇게 철없는 행동을 한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결론은 모른다. 아내의 고민과 남편의 고집이 맞서다가 한쪽으로 결정됐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글이 논란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성인남녀 2275명에게 ‘송년회 계획’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송년회를 갖겠다는 응답이 33.3%로 나타났다. 지난해 88.5%와 비교해 55%p나 크게 떨어졌다. ‘송년회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차원(72.2%, 응답률)’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만큼 인식이 크게 변한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단생산사(團生散死):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莊子)’가 한 말이다. 1597년 명량해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병사들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하나로 뭉쳐야 살고 제각각 흩어지면 죽는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요즘은 딱 이말에 반대로 행해야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니 모임 자체가 두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올해가 아니어도 얼굴을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일 기회는 또 찾아온다. 그렇지만 방역당국의 호소를 무시하고 섣불리 마주앉았다간 평생 잊을 수 없는 전염병을 주고받는 원수가 될 수 있다. 2020년 연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