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⑲ - 콜럼부스의 선물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⑲ - 콜럼부스의 선물
  • 신아일보
  • 승인 2020.11.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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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우리나라에서 식량이 여유가 있게 된 것은 통일벼가 재배되어 쌀의 자급이 달성된 1977년경이다. 그 이전에는 식량이 매우 부족하여 식량이 인구를 제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항상 먹을 것이 부족하던 한반도에 16세기부터 신대륙 작물이 들어온다.

고추는 스페인에 의하여 유럽에 소개된 후 중국과 일본에 전파된다. 한반도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부터 전래되었으나 먹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이후이다. 20세기에 들어서 김치에 넣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담배는 포르투갈 상인이 명과 일본에 전파하였으며 한반도에는 임진왜란 직전에 왜관을 통하여 전래되었다. 그로부터 20년만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17세기 초반에는 대중화되었다. 보급 속도가 가장 빨랐던 작물이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호박은 1605년에 일본으로부터 전래되었으며, 당근, 비름, 쑥갓, 두릅, 시금치, 송이버섯은 조선시대에 전래되었다.

고구마는 15세기 말에 스페인에, 16세기에는 필리핀에 전파된다. 18세기 초에 일본에 전파된 것이 1763년에 조엄에 의하여 조선으로 도입된다.

토마토는 임진왜란 직후 전래되었으나 사라졌다가 20세기 초에 다시 도입되어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전래된 많은 작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은 옥수수와 감자이다.

전세계에서 수확량이 가장 많은 곡물인 옥수수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남아메리카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옥수수는 1400년대 말에 유럽으로 전해지고 재배되어 사료로 활용된다. 유럽인들은 서아프리카에 옥수수를 전파하였으며 1540년경에는 서부아프리카의 주식으로 자리잡는다. 1600년경에는 중국과 인도, 동아프리카에도 전해지며, 1700년경에는 중국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된다. 한반도에는 16세기 중엽 중국에서 유입되어 널리 재배된다. 신대륙 작물 중에서 가장 먼저 한반도에 전래된 작물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산지에서 많이 재배된다. 조선시대에는 식량 부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는데, 식량난을 완화시켜준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조선의 인구는 1600년경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옥수수의 공이 크다. 지금은 남한에서는 한여름의 간식이지만, 북한에서는 감자와 더불어 주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양자강 이남인 강남지역에서 전해졌다고 해서 ‘강냉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옥수수는 고구마와 더불어 조선 후기 인구 증가에 큰 역할을 한 고마운 작물이다.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가 원산지인 감자는 1570년에 유럽에 소개된 후 16세기에 아일랜드에 전파된다. 그 후 감자는 널리 퍼져나가 1700년대 후반에는 유럽 전역에서 재배된다. 감자 덕분에 1700년대 유럽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아일랜드의 경우에는 인구가 두 배나 증가한다.

우리나라에는 1824년에 청나라로부터 전래되어 19세기 후반에 함경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다. 1900년경에는 전국적으로 재배되어 주요한 식량으로 자리잡는다. 쌀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주식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북한의 인구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식량 증가와 인구 증가에 큰 몫을 한 옥수수와 감자!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고구마와 고추, 토마토, 호박! 모두 콜럼부스가 가져다 준 소중한 선물이다.

몽골과 콜럼부스는 당대 사람들에게는 큰 고난을 주었으나 전세계 사람들에게는 큰 선물을 주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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