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한국판 피터 코넬 리…“마침내 안전해지다”
[e-런저런] 한국판 피터 코넬 리…“마침내 안전해지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11.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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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영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겨우 17개월이 된 아기 피터 코넬 리가 온몸이 상처투성인 채 핏자국 가득한 침대에서 발견됐다.

앞서 8개월에 걸쳐 지역 사회복지사, 경찰 등이 수십 차례 코넬이 사는 집을 찾았지만 그 누구도 아기의 학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영국 아동보호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기 피터 코넬 리의 묘비명에는 생전 그리도 필요했던 ‘안전’, 너무나도 당연한 아기의 안전이 그제야 이뤄졌다고 새겨졌다.

“피터 코넬 리, 마침내 안전해지다”

이 같은 현실은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16개월 된 여자 아기가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온 후 사망했다. 사망한 아기는 쇄골과 가슴뼈가 골절돼 있었다. 경찰은 아기의 엄마를 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아기는 다름 아닌 수개월 전 입양된 아이로 아기의 양모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아기를 입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기를 마사지하다가 몸에 멍이 들고 소파에서 놀다 떨어져 다친 것이라며 학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양모. 하지만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아기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기를 학대하며 학대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사실이다.

입양은 또 하나의 출산이며 탄생이다. 가슴으로 낳는다는 입양.

과연 피의자인 양모는 사망한 아기에게 모정을 느끼기는 한 걸까. 짐을 나르듯 아기의 목덜미를 잡고, 아기의 두 다리를 벌려 넘어뜨리며 그 모습을 촬영하는 엄마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엄마’라는 두 글자가 이처럼 참혹하게 다가온 순간은 없었던 듯하다.

모 방송국의 입양가족 프로그램까지 출연했던 아기의 가족. 과연 이들은 무엇을 위해 그 어린 생명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인 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이 순간 얼마나 더 어리고 약한 존재들이 어른의 폭력 속에 사라져가야 하는지 슬픔과 함께 치솟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

방송에 출연하는 등 타인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입양을 하고, 뒤에서는 아동학대를 일삼아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의 행태는 물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아동학대 사망을 목도했으면서도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입양 딸 학대 사망 사건에서도 병원과 어린이집 등에서 3차례의 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관할 경찰서는 별다른 조처 없이 사건을 종결시킨 바 있다.

우리가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아직 이 땅에는 ‘아동 학대 매뉴얼’과 같은 대응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동 학대 대응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상명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